채권단, 그리스 개혁안 수용 가능성은 얼마나?
유로그룹 회의 결론 못 내려…강경론·회의론에 운명 ‘안갯속’
2015-07-1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에 제출한 ‘3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인 개혁안이 11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하면서 채권단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당초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았던 것과는 달리 현재 채권단들은 그리스의 개혁 의지와 신뢰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일부 채권국가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마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그리스의 운명은 다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리스의 개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11일 모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자정까지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12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의 제안과 신뢰성 문제, 그리고 재정적인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에 대해 ‘더 특정되고 구속력 있는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안이 너무 미흡하고, 또 너무 늦은 만큼 개혁안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당초 지난 9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추가 구제금융을 위해 이전 채권단 방안과 비슷한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유로그룹이 개혁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도 그리스 개혁안이 구제금융 협상 재개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는 다른 장관들에게 그리스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이러한 가운데 독일과 핀란드 정부가 그렉시트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와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이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일요판은 독일이 그리스에 최소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해법을 제안했다고 재무부 문건을 인용해 보도했다.이 보도가 나온 후 독일 다른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이 문건이 ‘플랜 B’ 수준으로 검토된 실무 보고서일 뿐이라고 보도했으며, 그리스 정부 역시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서 독일이 한시적 그렉시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러나 이어 독일 dpa통신이 그렉시트 대안론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그리고 쇼이블레 장관 사이에 조율된 사안이라고 보도하자 파문이 확산했다.독일과 더불어 또 다른 강경파인 핀란드 역시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보다 그렉시트는 택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핀란드 공영방송 Yle는 핀란드 의회가 그리스에 대한 어떤 추가 구제금융 방안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이처럼 일부 채권국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12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결정될 가능성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그리스가 요구한 3년 간의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유로존 회원국의 전원 합의가 필요하지만, 긴급한 경우에 한해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통과될 수 있다.유로그룹 회의와 EU 정상회의를 통해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결정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독일은 하원에서 그리스 지원안을 놓고 두 차례 표결을 거쳐야 하며, 핀란드와 프랑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등도 자국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