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규모 펀드 대거 정리 나선다
펀드 투자위험등급 세분·이동절차 간소화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이 펀드시장의 판매 관행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를 대폭 줄이고, 펀드 투자위험등급 분류 기준을 세분화해 투자자의 펀드상품 선택을 돕는다. 펀드 판매회사 이동도 더 쉬워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펀드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개선 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설립 후 1년이 지난 공모펀드 중 설정 원본이 50억원을 밑도는 소규모펀드 정리 작업에 나선다.
올해 4월 말 현재 소규모 펀드는 전체 공모추가형 펀드 2268개 중 837개로 36.9%에 이른다.
자산운용사는 판매·운용 수수료 등이 적은 소규모 펀드보다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진 대형 펀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규모 펀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형 펀드와 소규모 펀드를 합병하고, 기존 모자형 펀드에 소규모 펀드 편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행령 개정 전에는 소규모 펀드의 환매 수수료 면제를 유도하는 등 펀드 갈아타기를 권유하고, 문자 메시지 안내 및 금융투자협회 공시 후 펀드를 임의 해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펀드 설정 단계부터 자산운용사의 최소 운용규모, 운용인력 1인당 운용펀드 수 등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소규모펀드 발생을 억제할 계획이다.
펀드 투자위험등급 분류 기준도 개선된다. 현재 펀드 투자위험등급은 고위험 자산 비중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된다.
펀드판매 회사의 판매 펀드 선정 절차도 개선된다. 기존에는 실무부서에서 펀드를 조사하고 준법감시 부서와 상품선정위원회 부의 등을 거쳐 새로 판매할 펀드가 선정됐다.
하지만 일부 판매 회사에는 펀드 선정 기준이 내규로 제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상품선정위원회 개최 전에 이미 판매 펀드가 결정돼 최종 확인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과거 수익률 등 계량 평가가 어려운 신상품에 대해서는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지원능력, 업무협조도 등 비계량적 평가에 의존해 판매 상품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 계열 판매회사가 있는 자산운용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
금감원은 이 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판매 펀드 선정기준과 절차와 관련한 내규를 제정하도록 하고, 펀드 선정 모범 사례를 지정해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연금저축·퇴직연금 펀드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늘릴 계획이다.
연금저축 펀드 수탁고는 2010년 말 3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6조8000억원으로 8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펀드 수탁고도 1조8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277.8% 늘었다.
하지만 펀드 판매보수가 오프라인보다 약 0.5%포인트 낮은 온라인 전용 상품은 부족한 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411개의 연금저축 펀드 중 온라인 클래스가 있는 경우는 100개(펀드슈퍼마켓 포함)로 약 26.8% 수준이다.
금감원은 각 자산운용사에서 신규 연금 펀드 설정 시 온라인 클래스도 제공하도록 하고, 기존 펀드도 금융투자협회와 업계 협의를 통해 온라인 클래스를 확대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투자자들의 펀드 판매회사 이동도 쉬워진다.
투자자가 별도 비용 부담 없이 동일한 펀드에 대한 판매회사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는 2010년 1월부터 도입돼 시행 중이지만, 복잡한 이동 절차 등으로 이용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500여건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역외·세제 펀드를 제외한 전체 펀드상품에 대해 이동을 원하는 회사에 신청만 하면 판매회사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불필요한 펀드 공시도 대폭 축소된다. 금감원은 투자자와 연관성이 적은 경영 상황 공시 항목을 기존 100개에서 46개로 절반 이상 줄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테마검사를 집중 실시한다. 특히, 사전자산배분 준수 의무를 지켰는지가 집중 감시 대상이다.
사전자산배분 준수 의무란 펀드별로 미리 정해진 자산배분 내역에 따라 매매 결과를 배분하고, 자산배분내역, 배분결과 등의 기록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일컫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사전에 브로커와 채권을 거래한 뒤 자산을 배분하고 나서 법규를 지킨 것처럼 처리하는 관행이 만연했다.
임직원의 미신고 계좌 이용 자기매매와 직무정보 이용 불법 매매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금감원은 사전자산배분 미준수, 임직원 자기매매 위반 등을 중점검사 사항으로 사전예고하고, 테마검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발견하면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