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소속 박진희 기수 자살 왜? 경마장에선 무슨 일이…

“경마장 사람 지낼 곳 못 된다”유서 충격
"말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지인들 증언

2010-03-17     이진영 기자

[매일일보= 이진영 기자] 여기수의 자살 릴레이가 또 시작됐다. 지난 12일, 김해시 자택에서 여자 기수 박진희(28)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부산경남경마장의 유일한 여자 기수였던 박진희 기수는 "경마장은 사람이 지낼 곳이 못된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경찰은 유서를 통해 성적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자살의 원인으로 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경마장 안팎의 불합리한 구조와 경쟁 일변도의 시스템이 박양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 기수는 유서에 “난 참 긍정의 사고를 지닌 사람이었는데 경마장이 사람을 이렇게나 바꾸어 놓는구나"며  "열심히 훈련하고 일을 해도 기승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조교사와 관리사, 선배 기수들의 질책뿐이다. 이 세계는 너무 경쟁적”이라고 밝혔다.또한 그녀는 그런 환경을 원망하며 “경마장은 내 기준으로는 사람이 지낼 곳이 못 되는구나”라고 그간 고통스런 속내를 모두 털어놨다.박기수는 처음부터 '유일한 여자 기수'라는 호칭이 따라 다녔던 건 아니었다. 박기수와 동기였던 이명화기수가 5년전 자살하고 함께 활동했던 박서진 기수도 부상을 당하자 박 기수는 혼자 활동하게 됐던 것이다.유일한 여자 기수로써 많은 외로움을 느껴왔던 그녀는 유서에 “경마장은 참 많은 것들을 잃게 만드는구나. 명화 언니를 데려가고, 서진이를 잃게 만들고, 내 자존심 또한 남아나질 않게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떨어뜨린다”고 그간 받았던 심적 고통이 위험수위로 치달았음을 드러냈다.이처럼 박 기수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경마장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열악한 환경, 말배정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교사의 횡포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마사회와 한국경마기수협회는 지난 16일 "부산경남경마장 소속 박 기수의 죽음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기수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책을 1~2개월 내 서로 마련해 함께 절충안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한편, 박진희는 2002년 9월 서울경마공원 기수로 데뷔했으며, 2004년부터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동해왔다. 성적은 651전 38승, 2위 47회의 기록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