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금융권 전산 사고, 원인과 해법은?
기술투자 부족으로 유지보수에만 급급...처벌·보상 규정도 ‘미미’
2015-07-1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산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유지 보수에만 급급한 금융사들의 기존 관행을 바꿀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처벌과 보상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경우 지난 7일 전산 작업 오류로 일부 고객들의 카드 사용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바 있다. 은행연합회에 고객의 연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 작업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이로 인해 파산 면책을 받고 신용을 회복한 8200여명의 과거 연체 정보가 신규 연체 정보로 등록돼 이들의 카드 사용이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씨티카드 역시 전산오류로 고객 900여 명의 카드대금이 제때 이체되지 않는 사고가 벌어졌다.씨티카드 대금 이체일을 매달 5일로 설정해 놓은 고객 중 904명이 지난 5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6일 카드 대금이 빠져나가야 했으나 전산 오류 탓에 이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해당 고객에게는 7일 오전 자동 시스템으로 ‘카드 대금을 연체했다’는 안내 문자가 발송됐다.이에 씨티은행은 전산 시스템의 오류를 확인한 뒤 해당 고객들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 7일 저녁 정상적으로 대금이 출금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24일 경기도 평택의 한 조합아파트 청약 신청 폭주로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입출금, 송금 거래 등이 몇 시간 가량 중단된 바 있다.BC카드의 경우 올 초 전산시스템 일부가 다운돼 거래승인과 정산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해 전산 처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BC카드의 경우 IBK기업은행과 제휴해 출시한 교통할인카드에서도 전산 오류로 5년간 할인 서비스 누락이 발생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증권사에서도 전산 오류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현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가격제한폭 확대 첫날인 지난 6월 15일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회사 측은 새 가격제한폭 적용과 관련이 없는 전산 오류였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새 가격제한폭 적용 첫날 준비 부족으로 HTS 오류가 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KB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4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회사 측은 예상치 못한 고객 이용량 증가로 발생한 일이라며 공식 사과문을 띄웠다.이처럼 업권을 망라한 금융사들의 전산 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있음에도, 막상 해당 사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금융사들이 알아서 잘 처리해 주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현재 단순 전산사고로 인한 배상이나 처벌 원칙은 각 업권 감독법규에 없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손실을 본 피해자가 직접 금융사에 민원을 넣어 실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고,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관계자는 “현재는 직접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문제제기를 하고, 금융사가 확인해 답변을 내놓는 형식으로 해당 사안이 처리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선 원인을 확인한 후 중대한 사항의 경우 즉시 검사에 나서고, 경미한 사안의 경우 다음 정기검사 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보상 문제는 금융사와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소비자 선에서 해결되고 있다는 의미다.실제 최근 전산 사고가 발생한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재 피해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돌려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에 따른 개별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비자 피해 정도와는 별도로 사고를 낸 금융사가 일괄적인 피해 보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과거의 사고 사례를 기준으로 당국이 보상 규모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조남희 금융소지바원 대표는 “기존 사고 유형을 분류해서 명백하게 금융사의 잘못이고, 그로 인한 거래 피해가 발생한 것이 있다면, 기준을 만들어 보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규정이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전산에 투자하고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전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기본 시스템에 대한 유지 보수에만 급급한 기존 금융사들의 관행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조 대표는 “기능의 다양화와 세분화로 시스템의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는데다가 인력 부족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금융사들의 인색한 전산 투자에 대한 당국의 한 발 앞선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