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을 말한다- 100인 릴레이 인터뷰<1>
“지배구조 변화 없이는 삼성의 변화 없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이수정 간사 인터뷰

2006-02-24     권민경 기자
<이재용 ‘부당이득환원하려면 지분 내놓아야’>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폭로 이후 돌연 해외에 출국해 행적이 묘연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5개월여 만인 지난 2월 4일 전격 귀국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아울러 8천억원을 사회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단순히 ‘여론 잠재우기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금산분리’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이 회장 일가의 핵심문제로 지목돼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회장의 8천억원 사회환원 발표와 강도 높은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매일일보>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통해서 삼성과 이 회장 일가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재조명하고자 <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인터뷰>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편집장>

- 지난 7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8천억 사회 환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 삼성은 8천억원을 사회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여론 잠재우기용’이라는 비난도 있다. 더욱이 ‘금산분리’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이건희 회장 일가의 핵심문제로 지목돼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 8천억원이 부풀려진 금액이라는 얘기도 많다. 실제로 노회찬 의원 등은 “삼성의 8천억 환수는 뻥튀기 된 액수”라고 비판했는데

▲ 사실 8천억이라는 액수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계산법인지 알 수 없다.

8천억 가운데 4천500억원은 이미 몇 년 전 ‘이건희 장학재단’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이다.

나머지 3천5백억이 새로 내놓겠다는 것인데, 이중 막내딸 유산 2천200억원을 제외하면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배정을 통해 얻은 이익을 환원하겠다는 것은 1천300억원이다.

여기에서 또 두 딸 몫은 이 회장이 대납하겠다고 했으니, 정작 남는 것은 이재용씨 부분이데, 800억원이 도대체 어떤 계산에 의해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편법 증여로 현재까지 얻은 총 이득이 아닌 단순한 취득시점의 이익에 불과하다.

또 정말로 부당이득을 환원할 생각이었다면 지분자체를 내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삼성 8천억 기부금의 관리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 참여연대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

▲ 글쎄, 다른 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참여연대는 이 기금 운영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기부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현재로선 어떤 단체도 딱히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 한편 사회 기부금 외에도 진행 중인 일부 소송 취하와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수용한다는 등 태도변화가 있었는데

▲ 당연한 일이다. 국회에서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연히 수용해야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 삼성은 또 이날 중소기업과 협력회사에 대해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등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는데

▲ 삼성이 말하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언제나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 삼성은 이번에도 삼성 차 부채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는데

▲ 지난 98년 삼성차는 외환위기 당시 법정관리를 맞게 되면서 서울보증보험 등 금융사 14곳으로부터 대출받은 2조 4000억 원을 갚는 대신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400만 주를 제공했다.

그런데 삼성생명 상장이 아직까지도 불투명한 상황이고 이에 채권단은 이 회장과 삼성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은 이에 대해 “당시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내놓은 것도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였다” 고 말하는데, 사실 도의적 책임이라는 것도 이 회장 사재를 털었다기보다 계열사를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금산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여, 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입장은

▲ 삼성 관련 사안 중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도 바로 금산법문제다.

현재 국회 내부에서 다각도로 논의 중인데 갈수록 논의 자체가 변질되는 경향이 있어 우려가 된다.

사실 일단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상 참여연대에서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지금은 일단 지켜보는 상황인데, 대체로 2가지 정도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다.

첫 번 째는 여당이 채택한 권고적 당론으로 삼성카드의 초과지분은 매각토록 하되 삼성생명의 초과지분은 의결권만 제한하도록 하는 분리 대응안이다.

두 번째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말하는 삼성카드의 초과지분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삼성생명의 초과지분은 현행대로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두 가지 안 모두 문제가 있는데, 어쨌든 현재로선 결론을 예상하기 힘들다.

<인터뷰가 있은 지 이틀 뒤인 23일 재경위 금융법률심사소위에서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97년 이전 취득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인정, 2년후부터 5% 초과분은 의결권 제한으로 결정>


- 한편 참여연대는 최근 삼성 사외이사 후보추천을 둘러싸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가.

▲ 사실 삼성의 사외이사제도는 그 자체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있어왔다.

다시 말해 사외이사를 인맥관리 차원에서 시행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에 따라 기존 사외이사 중 황재성, 정귀호씨를 재추천하고 박오수, 윤동민, 이재웅씨를 신규 추천했는데, 이들 사외이사 후보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현재 황재성씨는 삼성전자의 각종 법률대리를 수행한 김&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고, 또 이번에 신규 추천된 윤동민씨 역시 이 로펌에 소속돼 있다.

두 후보가 회사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두 사람 서로 간에도 독립성을 갖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끝으로, 이번 삼성의 사회 환원 발표 이후 ‘反 삼성’ 여론이 상당 부분 줄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 삼성그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참여연대 역시 결코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자부심에 휘둘려 자유 시장 경제의 공정성을 해치는 위법 행위들을 관망해서는 안 된다.

이 둘은 엄연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 삼성은 정치, 경제, 문화를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돼버렸다.

심지어 국감장에서조차 삼성의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밝혔던 여러 대안들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것이다.

또 그동안 참여연대 등에서 끊임없이 주장해온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삼성이 진정으로 변화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지켜보는 일이 중요하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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