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고비 넘긴 유럽, 경기 회복세 이어질까

‘그렉시트’ 모면에도 지정학적 불안 등 하방 위험 산재

2015-07-1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유럽 경제를 짓누른 최대 악재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그렉시트’(Grexit) 위기가 일단락함에 따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합의문에서 그리스의 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3~5년동안 350억 유로(43조8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여러 투자 계획의 하나로 이런 투자가 마중물로 작용한다면 외국 자본의 유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협상으로 유로화 단일 통화 체제의 취약성이 부각됐고 유로존의 의사결정 절차는 혼란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외국 자본들의 유럽 투자가 제한될 우려도 있다.

유로존은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전분기(0.3%)보다 소폭 높아졌고,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그렉시트 악재로 경제심리가 위축됐지만 생산과 소비가 개선되면서 성장률이 점차 높아졌다.

특히 유로존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0.3%로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디플레 망령에서 벗어났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을 국채매입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돈 풀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6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이는 등 구매력이 늘자 소매판매 지수가 1년 이상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내수가 회복세를 이어갔다.

또 유로화 가치 하락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돼 1분기 유로존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대비 41.6% 급증했다. 수출 증대로 생산과 투자 역시 증가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유로존 경제는 2011년 -0.6% 성장을 저점으로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성장률이 0.9%로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올해는 1.4%(OECD 전망)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렉시트 고비를 넘겼지만 하반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하반기 유로존 경제의 순항의 막는 요인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국제 원유가격 상승, 역내 국가 간 성장 격차, 지정학적 리스크, 청년층 고용의 취약성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유로존에 유입됐던 달러 유동성이 빠르게 빠져 나가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위기국들이 꾸준한 재정수지 개선에도 취약한 경제 회복력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올해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유로존 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하방 위험이 산재함에 따라 유럽은 양적완화 지속과 대규모 투자로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후 정례 회의에서 ECB의 양적완화가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어 출구 전력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에서 벗어났고 미국이 점진적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유로존은 계속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이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지만 0.3%에 그쳐 ECB가 제시한 목표인 2%에는 크게 못 미쳤다.

ECB는 양적완화를 지난 3월부터 매월 1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의 전면적 양적완화로 확대했고 이에 따라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3조9561억 유로로 지난해 말보다 204억 유로 늘었다.

이런 ECB의 돈 풀기에 더해 EU는 대규모 투자로 성장세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말 3150억 유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역내 인프라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고 EU 정상들은 이 계획에 합의했다.

이 계획은 광대역 통신망과 에너지, 교통 등의 인프라 구축과 연구 분야에 투자를 촉진해 역내 1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투자은행(EIB)과 함께 210억 유로의 1단계 기금을 조성하고 민자를 유치해 기금을 15배로 키우기로 했다.

다만 각국의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그리스를 비롯해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의 정부부채비율이 여전히 위험 수위다.

영국은 지난해 EU가 21억 유로의 분담금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요구에 EU 탈퇴론이 거세졌고 결국 지난달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했다. 독일은 외부의 재정확대 요구에도 올해 균형예산안을 통과시켜 투자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