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부실평가 속 금융당국 ‘뒷짐’

기업 자체 신호에도 증권사·회계법인·신용평가사 ‘구멍’

2016-07-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의 조 단위 손실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증권사와 회계법인, 신용평가사의 부실 평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이들 3대 기업 분석·평가 기관들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손실에 이어 지난달 손실 가능성을 내비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신호에도 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다가 최근 구조조정이 임박해서야 ‘뒷북 조정’에 나서 비난을 받고 있다.금융감독 당국도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서거나,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대 분석·평가 기관이 아무런 경고를 보내지 않고 금융감독 당국은 선제 구조조정은커녕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면서 애꿎은 투자자들의 손실과 시장의 혼란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9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대규모 손실과 부실 가능성은 올해 초부터 강력한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울렸다.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작년에 3조25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히면서 ‘빅3’ 조선사 손실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달 25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해양플랜트의 불확실성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가 손실을 내고 있다”고도 했다.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이런 상황을 분석 보고서에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금융감독원이 국내 증권사들의 대우조선해양 분석 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보고서를 낸 17개 증권사 중 14개사가 줄곧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지난 15일 전후 대규모 손실과 구조조정 추진설이 나오고서도 투자의견을 낮추거나 분석 중단을 선언한 증권사도 4개뿐이다.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매번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제시했다. 감사보고서 상 어디에도 대규모 부실이나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엿볼 수 있는 분석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B신용평가사는 지난 4월24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내리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하고선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그러다 손실이 알려지고서 15∼16일 이들 신평사는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그나마도 채권단 관리절차 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추진설까지 제기된 대우조선해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한신평은 ‘A-’, 한기평은 ‘A’로 각각 제시했고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장기 신용등급을 ‘A-’로 평가했다.이처럼 증권사와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 기관이 안이한 분석과 평가보고서를 내놓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50% 가까이 급락해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손실을 입었다.사정이 이런데도 금융감독원은 사태가 확산하고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금감원은 지난주말 대우조선해양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5월 이후 발간된 증권사 분석 보고서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금감원은 그러나 현행 규정상 부실 평가를 한 증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보수적인 분석을 하라고 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에서 외부에 공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부실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또 손실 가능성이 알려지고 나서야 신용등급을 ‘뒷북 강등’한 신용평가사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또 회계사를 상대로 회계처리 오류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감리 착수 여부도 조선사들의 2분기 재무제표가 확정되고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주채무계열이어서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알아내기 어렵다고 한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실사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당국은 따로 나서지 않고 진행상황만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사의 손실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에 알려졌다”며 “더구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손실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분석 또는 신용평가보고서에 이를 제때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