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헤지펀드 1조원 투자 나선다

“투자 다양화” vs “수익률 기대 못미쳐”

2015-07-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민연금이 안정적 수익률을 내겠다며 내년 헤지펀드에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수익률을 좇다가 공격적 외국 헤지펀드에 국민 자금이 흘러가 우리 산업계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86조5000억원의 예상 여유 자금 가운데 1조원을 헤지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다.2016년 말을 기준으로 헤지펀드가 전체 예상 기금 567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0.2%로 잡았다.헤지펀드 투자 첫해라는 점을 고려, 기금운용본부는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재간접 헤지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에 자금을 맡길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세계의 유명 헤지펀드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국민연금은 내년 1조원으로 헤지펀드 운용을 시작하고 나서 성과를 봐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우선 펀드 오브 헤지펀드부터 시작할 예정으로 준비 단계에 있다”며 “현재 관련 인력 충원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 기금운용본부는 운용역 3명, 리스크 관리 담당 2명 등 5명을 선발할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연금은 헤지펀드 투자를 통해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90일 초단기 국채(T-bill·금리 연 0.02%수준)+4.5%’의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국민연금이 헤지펀드로 눈을 돌린 것은 주식과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안정적인 대체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전통적인 헤지펀드는 같은 섹터(산업군)에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 종목을 사들이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은 공매도를 함으로써 차익거래를 하는 ‘롱숏’(Long-Short) 전략을 구사한다.이론적으로는 주가의 상대적 차이에서 이익이 나기 때문에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이나 하락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한 ‘절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다만 최근에는 롱숏 전략 외에도 기업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 등 경영에 관여하면서 주가를 띄우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구사하는 등 다양한 기법의 헤지펀드가 존재한다.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시장 진입을 놓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대체 투자 수단 다양화를 통해 국민의 미래 재산인 기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에 비해 운용 보수가 비싼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가 별다른 실익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일부 해외 연기금도 최근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접거나 중단했다.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과거 10여년간 헤지펀드에 투자하던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CalPERS)는 부진한 수익률을 이유로 지난해 9월 헤지펀드 투자를 중단했다. 미국 6대 연금 중 하나인 텍사스교원퇴직연금도 지난해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9%에서 8%로 낮췄다.보통 헤지펀드는 기본 수수료가 2%이고 이익금에 따른 성과 보수도 20%로 높은 편이다.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해외 연기금에서는 헤지펀드 투자 비중이 높았다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대체 투자 다양화 차원에서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투자 대상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