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5번째 민영화 도전 나선다
여전히 험로 예상…“정치적 결단 필요”
2015-07-2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부가 21일 5번째로 우리은행 민영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그동안 시도해 온 경영권 매각 방식에 4∼10%씩 지분을 나눠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병행키로 한 것이 이번 매각안의 골자다.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시도한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2010년 첫 시도에서는 무려 23곳의 인수 후보가 등장했으나 대부분이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불참을 선언해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2011년과 2012년에는 일괄 매각 방식으로 연달아 민영화를 추진했다.2011년에는 산은금융지주가, 2012년에는 KB금융지주가 각각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관치 금융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연달아 무산됐다.3단계에 걸쳐 계열사들을 분리 매각한 후인 지난해에는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소수 지분은 일부 매각했지만, 경영권 지분 경쟁입찰에서 중국의 안방(安邦)보험 한 곳만 응찰한 탓에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 무산됐다.예상대로 금융위원회는 다섯 번째 시도에서 예보 지분 30∼40%를 쪼개 여러 곳에 분산매각하는 과점(寡占) 주주 방식을 추가했다.경영권 지분 매각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난 네 차례의 시도가 거듭 실패한 데서 보이듯 이번 민영화 성패의 관건은 새로 도입한 과점주주 분산매각 방식이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성공할 가능성은 있는 방법”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 지분 4∼5%를 사들일 투자자는 많다”고 덧붙였다.우리은행은 그동안 MOU가 족쇄로 작용해 다른 은행들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도 못하고, 장기적인 안목에 따라 영업하지도 못한 채 1년 내내 감사를 받는 데 힘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약정상 예보의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MOU를 완화할 수 있고, 30% 아래로 떨어지면 해지할 수 있다.그러나 과거 네 차례보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험로가 예고된다.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는 우리은행 매각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이 명시돼 있다.새롭게 검토되고 있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앞의 두 원칙과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우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져 우리은행 매각 원칙의 중요한 틀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어려워진다.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3500원 수준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그러나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9000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예보 지분의 30∼40%를 우선 매각하고, 콜옵션 행사 대비분(2.97%)를 제외한 최대 18.07%의 잔여지분을 다음으로 매각하겠다는 금융위 발표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묻어난다.우리은행의 기업 가치가 민영화를 통해 올라가면, 나머지 지분을 팔아 최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과점주주 수요의 규모에 따라서는 ‘빠른 민영화’가 이뤄지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결국, 더 적극적으로 민영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치권의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김 교수는 “결국 금융위나 공자위, 예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3원칙에 대한 정치적 결정의 문제”라며 “만약 정권교체 후에 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문회와 문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그는 “우리은행이 더 망가지기 전에, 사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먼저 나와야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