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서 소외된 중견 화장품업체 ‘울상’
적자에 허덕여 자산매각·매장정리 등 자금확보
2015-07-21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한류 열풍에 힘입어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숍이 ‘황금기’를 맞은 반면 그늘 속에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1990년대 호황기를 지낸 참존, 한국화장품, 코리아나, 소망화장품 등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이들 업체는 저가 화장품을 내세운 브랜드숍에 밀려 연이어 적자를 내면서 자산 매각, 매장 정리 등을 통한 자금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1984년 설립돼 1990년대 청개구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화장품 광고로 화제가 됐던 참존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해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했다.이 회사의 매출은 2013년 724억원에서 지난해 644억원으로 줄었다.참존은 올해 2월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점 사업을 낙찰 받았으나 실적 부진 속에 임차보증금 277억원을 내지 못해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참존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100억원의 입찰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최근에는 서울 청담동 106-16번지 회사 건물을 SM엔터테인먼트에 23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도 했다. 서울 대치동 1008-3번지에 있는 본사 사옥에도 300억원 가량의 근저당이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참존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업계가 원브랜드숍(하나의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화장품 매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돼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면세점과 중국 쪽 사업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산심’, ‘쥬단학’ 등의 브랜드를 가진 한국화장품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2010년 7월 브랜드 ‘더샘’을 론칭하며 브랜드숍 시장에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한국화장품은 지난해 7월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있는 서린빌딩 토지와 건물을 837억원에 매각했다.‘꽃을 든 남자’, ‘다나한’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소망화장품도 사정은 비슷하다.1992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1년 6월 KT&G에 편입됐으나 2013, 201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1198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716억원으로 내려앉았다.소망화장품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할인점 등 여러 유통채널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해외 및 면세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코리아나는 1988년 설립돼 사업을 확장하며 199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견 기업이지만 2011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0억원이었다.국내 화장품 사업이 활황임에도 이들 업체가 이처럼 부진을 겪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제품력이나 마케팅이 다소 부족하고 브랜드숍 등 변화된 시장 트렌드를 제때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등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 브랜드숍에 밀리면서 90년대 화장품 강자라고 불리던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