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고착화되나
2분기 성장률 0.3% 그쳐..수출둔화·메르스·가뭄 영향
2015-07-2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5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지속하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국은행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가 2분기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하지만 올해 들어 수출과 수입의 동반 부진, 가계부채 급증, 소비 및 투자심리 둔화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여기에 하반기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과 같은 대외변수도 한국 경제에 불안감으로 자리잡고 있다.이에 따라 과감한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한은이 23일 발표한 '2014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에 그쳤다.지난해 4분기 세수부족 여파로 성장률이 0.3%에 그친 이후 올 1분기 0.8% 성장률로 회복 기미가 보이는가 했더니 다시 성장세가 고꾸라졌다.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로 경제심리가 위축됐던 2분기의 성장률 0.5%에도 못 미친 수준이다.한은은 올해 2분기 경제 성적이 저조한 배경으로 수출부진과 메르스 사태 및 가뭄을 들었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2.8%로 수정 발표하면서 “수출이 부진하고 메르스 사태, 가뭄과 같은 일시적 충격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완만하게 회복되는 내수도 예기치 못한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가뭄 피해가 0.1%포인트, 메르스 사태가 0.2%포인트대 후반, 순수출이 0.2%포인트가량 연간 성장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이들 3가지 요인이 2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5∼0.6%포인트 낮춘 셈이다.이에 앞서 한은은 3개월 전인 지난 4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2분기 성장률을 1.0%로 내다본 바 있다.외신들도 한국경제의 2분기 저성장에 대해 돌발 변수가 큰 작용을 했다고 보도했다.이날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분기 성장률이 1분기(0.8%)와 비교해 반 토막 이상 났다고 보도하면서 메르스와 가뭄, 수출 부진을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로이터는 “메르스 등 악재로 한국 성장이 6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시장이 예상한 분기 성장률(0.4%)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블룸버그통신은 “메르스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로) 약해진 소비 심리를 더 나쁘게 했다”고 전했다.중국의 경기 둔화와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과의 경쟁도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문제는 대내외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인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우선 대내 요인을 보면 구조적 요인으로 위축된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쉽게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올해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3%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0.4% 증가에 머물렀다. 주택거래 활성화 영향으로 1분기 7.4% 증가했던 건설투자는 2분기 증가율이 1.7%로 낮아졌다.메르스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관련 업계의 부진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전분기 대비 0.1% 증가해 부진에 빠진 수출도 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낸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교역 둔화 가능성이 하향 조정의 주요 배경이다.수출 부진에는 엔화 약세와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착륙 우려 등을 헤쳐나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미국 금리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지만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최근 나타난 중국의 증시 불안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의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부정적 투자심리가 퍼져 나갈 경우 한국 실물 경제로의 전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각종 악재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단기적인 경기 부진을 넘어 한국 경제가 아예 저성장이 고착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정부가 11조8000억원대의 추경안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으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지만 급속도로 약화된 경제 기초체력을 되살려 놓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황세운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다만 악재들이 겹치면서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지금보다는 높은 실제 성장률을 달성 가능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간 2%대 중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에만 해도 3.6~3.7%로 추정됐는데 이보다 크게 낮아졌을 것이란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한은도 잠재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