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논란의 중심, 이케아의 전망은?

VC경영연구소 정인호 대표

2016-07-24     이창원 기자
[매일일보] 미국에서 이케아의 ‘말름(Malm)’ 서랍장이 넘어져 아이 2명이 사망하며 이케아(IKEA)와 미 소비자상품안전위원회(CPSC)가 서랍장을 벽에 고정시키는 키트를 2700만명의 구입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사실상 리콜에 들어갔다.스웨덴에서 출발한 저가형 가구, 액세서리, 주방용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인 이케아는 대한민국에 2014년 12월 18일 이케아 광명점을 오픈하면서 진출했다. 오픈 전 많은 전문가들이 이케아의 한국 연착륙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주지하다시피 이케아는 고객이 구매 후 직접 조립·제작하는 시스템인 ‘DIY(Do It Yourself)’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가구의 조립과 시공이 쉽지 않고, 동양인 정서적으로 ‘DIY’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우려와 기대 속에 한국에 상륙한지 8개월을 맞이한 이케아는 선풍적인 인기몰이로 국내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아직도 주말에는 이케아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도로에 1km이상의 줄을 서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패트릭 슈루푸 이케아코리아 프로젝트 매니저는 2020년까지 한국에 5개의 이케아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그렇다면 이케아의 성공 원인은 무엇일까? 저렴한 가격, 친환경 소재, 저렴한 임대비용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실질적인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해해 보기 바란다.얼마 전 일산의 A씨는 이케아 매장에서 조립식 옷장과 책장을 구입했다. 그는 박스를 연 다음 조립설명서를 보면서 부품들을 하나하나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립설명서의 내용이 그가 기대한 만큼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부품이나 나사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적당히 추정해서 끼우다 보면 여지없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졌다. 작업이 한참이나 진행되고 나서야 잘못 조립했다는 사실을 알아채면 그때까지 조립한 부품들을 몽땅 분해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했다.A씨는 퍼즐 맞추기라 생각하고 묵묵히 다시 작업을 반복해 나갔다. 하지만 똑같은 나사들을 다시 뺏다가 끼웠다 하는 과정은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고, 전체 조립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우여곡절을 거쳐 조립작업이 끝나자, 그의 눈앞에 이케아 매장에서 보았던 그 옷장과 책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는 흩여져 있는 옷가지와 책들을 모아 조심스럽게 정리하면서 매우 뿌듯해했다. 작업을 마치고도 몇 주 동안이나 그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만큼 옷장과 책장이 자랑스러웠다.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옷장과 책장은 그리 고품질은 아니었다.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면 얼마든지 더 좋고 완성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몇 분 동안 본인의 손으로 직접 조립하면서 그 제품과 좀 더 친밀한 감정을 갖게된 것 뿐인데 옷장과 책장의 만족감은 상당했다.이러한 현상을 ‘이케아 효과(The IKEA effect)’라고 한다. 이케아 효과란 당사자의 노력과 감정적 애착에 기반을 둔 경우 제품에 대한 애착과 가치인식에 대한 기준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포장을 뜯어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인스턴트 식품보다 수고스럽지만 직접 요리를 한 경우 음식에 자부심을 더욱 느끼는 경우와 동일하다. 동양인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DIY’가 역설적으로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할수록 더 큰 애착을 갖는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모든 기업들이 제품의 설계와 제작과정에 고객들을 참여시켜야 할까? 물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이와 관련된 ‘미묘한 균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너무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면 고객들은 그냥 떠나버릴 것이다. 반면에 너무 쉽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면 이케아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은 고객들이 직접 수행하는 작업의 중요성과 투입하는 시간을 고려해 미묘하면서도 안정적인 균형을 찾아야 한다.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 한국에 ‘가구공룡 이케아’가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명가구단지, 지역 중소상인을 비롯한 전국 가구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물론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반대하고 배척하는 논리보다 경쟁자를 겸허히 수용하고 우리나라 고객에게 적합한 전략을 수립해 보는 고민이 더 우선이 아닐까? 이케아가 잘나가는 이유인 ‘미묘한 균형’ 이상의 전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