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조 규모 전세보증금, 가계부채 뇌관 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전세비중 감소가 대출 의존도 높여”
2016-07-2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약 45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세보증금이 앞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터뜨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2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이 내놓은 ‘전세의 월세화와 가계 자산부채 구조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에 부담을 느낀 전세 세입자들이 아예 주택매입에 나서거나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갚아주는 과정에서 각각 대출에 의존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이 연구원은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 수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월세 가구 수는 2012년 18.6%에서 2014년 21.8%로 3.2%포인트 증가했다.또 올해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를 기록, 2012년(33.9%)보다 9.5%포인트 증가했다.전세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서울지역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이 70%에 도달했다.올 상반기 주택매매거래량도 역대 최대 규모인 61만796건을 기록했다.이처럼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고, 전세가가 폭등하면서 전세보유자가 주택 매입에 나서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 연구원은 초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은행 대출 문턱이 낮아져 전세 세입자들이 주택 매입을 위해 대출받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봤다.임대인들 역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내주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통계청의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보증금이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전체의 52.8%에 달했다. 이는 세입자가 이사 갈 때 임대인 중 절반 이상이 빚을 내 보증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초저금리 때문에 은행 이자를 지급하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게 수익률이 높은 점도 임대인들을 주택담보대출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진단했다.이 연구원은 “전세보증금이 앞으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며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도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