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오너 일가, 수상한 골프장 개발 [현장취재]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재계순위 50위권에 드는 일진그룹의 희한한(?) 골프장 개발이 화제다.
최근 일진그룹의 계열사인 일진레저(주)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덕성리 일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시관리계획 결정·고시와 환경성영향평가를 마친 상태로 앞으로 사업시행자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등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삽을 뜰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일진의 골프장 개발 과정에서의 몇 가지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곳 개발부지의 소유자가 최근 일진레저측에 땅을 ‘무상증여’(?) 했는데, 그 땅 소유자가 바로 일진그룹 오너 일가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너 일가들이 이 일대 농지를 소유하는 과정에서부터 증여하기까지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이 일진그룹의 골프장 개발을 둘러싼 의문과 의혹들을 현장취재를 통해 샅샅이 살펴봤다.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 일가, 용인시 덕성리 일진골프장 개발업체에 90만㎡ 무상증여해 ‘눈길’
일각, 덕성리 일대 80여필 소유한 허 회장 둘째딸, 농지 취득 및 증여 과정서 갖가지 의혹제기
일진그룹(회장 허진규·71)은 지난 1982년 일진전기공업(주)을 모태로 출발해, 전기산업용기기와 자동차 엔진부품 등을 제작‧생산하는 기업이다.
올 3월 기준, 일진전기(주)를 비롯하여 일진경금속(주), 일진소재산업(주), 일진다이아몬드(주), (주)일진유니스코, 일진디스플레이(주), 일진레저(주), (주)일진네트웍스, 일진반도체(주), 전주방송(주)등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50위권의 대기업이다.
최근 일진그룹은 일진다이아몬드등 주요계열사들을 충남 홍성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충북도청과 이전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이다.
현재 그룹 본사는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50-1번지 일진빌딩에 있다.
일진의 의문투성이 덕성리 골프장 개발 과정
일진이 골프장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점은 지난 2007년 7월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덕성리 산83-1번지 일대 101만㎡부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개발하기 위해 일진레저(주)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일진레저(대표 이관우)는 설립당시 상호가 일진디에스피(DSP)였다. 일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일진디스플레이가 두 번에 걸친 인적‧물적 분할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게 바로 일진DSP였고, 일진DSP가 2007년 7월3일 설립되자마자 두 달 뒤인 9월, 용인시청에 골프장 개발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골프장 개발이 시작됐다.
이후 일진DSP는 환경청과 산림청의 환경성영향평가를 무사히 마친 후 지난해 12월말 일진레저(주)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 일진레저는 사업시행자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등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삽을 곧바로 뜰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일진의 덕성리 골프장 개발 과정에서의 갖가지 의문스러운 점들을 속속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일진레저가 이 곳 개발부지 101만㎡중 90만㎡를 땅주인으로부터 ‘무상증여’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땅 소유자가 바로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과 그의 둘째딸인 승은(43)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롯됐다.
일단 <매일일보>은 허 회장과 승은씨가 이 곳 덕성리 일대 대규모 농지를 비롯한 임야를 소유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덕성4리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허 회장이 이 곳 덕성리 일대 임야 및 농지를 매수하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23년 전인 1997년께였다고 한다.
마을 터줏대감이라고 하는 주민 A씨(60대 후반 추정)는 “허 회장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진인가하는 기업의 회장이 90년대 말 이 일대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며 “그 당시 이 일대는 재일교포인 백모(작고)씨 등이 오래전부터 골프장 개발을 위해 사들였으나, 개발이 어떤 이유에선지 진척이 안됐고, 당시 일진과도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의 얘기를 토대로 허 회장 일가의 소유로 추정되는 농지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90년대 말 재일교포 백모씨등과 허 회장간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내용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등본상에는 채권자 신분의 허 회장이 재일교포 백씨등을 상대로 양도매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내용이 있었다. 또 가처분이 말소된 후 채권자인 허 회장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마을 주민인 허모(62)씨에게로 이전됐고, 다시 허 회장의 둘째딸인 승은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진 오너가 의문스러운 농지 취득과 증여
허 회장의 딸인 승은씨가 허모씨로부터 ‘매매’를 통한 소유권 이전을 한 시점은 지난 2001년 11월3일(매매등기원인일)이었다.
<매일일보>이 이동면사무소에 보관된 당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명부’를 확인해 본 결과, 승은씨는 덕성리 25번지부터 366번지까지 77필지, 그리고 인근 마을인 시미리 3필지 총80필지(111,905㎡)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지난 2002년 2월16일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은 당시 비영농인인 승은씨가 어떻게 까다로운 ‘농지법’에 규정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었냐는 점이다.
처인구청 관계자에 의하면 덕성리 일대는 지난 2002년 11월20일에 ‘덕성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는데,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의 매매거래가 극히 제한된다.
만일 비영농인이 허가구역 내 농지를 취득하려 할 경우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까다로운 법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승은씨가 이 곳 농지를 매수한 시점은 허가구역 지정 이전이므로 오직 ‘농지법’에 근거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농지법을 적용하더라도 비영농인인 승은씨가 농지를 과연 취득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스럽다.
농지법 제3조 2항에는 ‘농지는 농업생산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적시 돼 있다.
또,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할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제한된 면적(1,000㎡미만)이내에서 주말·체험 영농등을 목적으로만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하려 할 경우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수조차 없게 돼 있다.
따라서 승은씨는 비영농인이 소유할 수 있는 제한 면적을 훨씬 상회한 111,905㎡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며, 사업목적 불순, 투기 의심등 농지법이 적시하고 있는 법규정을 이탈한 행위로 인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나아가 이동면사무소에 보관된 2002년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명부를 보면, 승은씨는 덕성리 일대 80필지를 사들이기 위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지난 2002년 2월16일 일괄적으로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의문스런 부분은 승은씨가 농지를 매매한 시점은 2001년 11월3일이었는데,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은 그 뒤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에 따르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은 농지를 취득하기 이전에 이미 발급받아야한다”며 “이유는 비영농인이 농지를 투기목적으로 사들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코자 하기 위함으로 비영농인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신청하게 되면, 주무 관청은 현장 조사를 통해 실제로 신청인이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농지를 매수하는 것인지, 또 매수 규모가 제한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지등의 농지법과 기타 법률에 근거한 정밀한 조사를 거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지법에 의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비영농인은 반드시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무 관청은 매해 1년마다 토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 이행여부를 하고 있는 지 확인하며, 여기서 적발시 유예기간을 거친 후 현 공시지가의 20%를 벌금으로 부과하며, 이렇게해서도 경작을 하지 않으면 강제처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매일일보>은 승은씨가 소유한 덕성리 일대를 탐문한 결과, 마을 주민들로부터 “일진이 소유한 농지 대부분을 마을 주민들이 나누어 경작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마을 주민 B씨(70대 초반 추정)는 “일진측이 골프장 건설 때문에 올해부터는 (주민들에게)경작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증여됐는지조차 모르는 주무관청
개발업체인 ‘일진레저’의 생성과 과정 그리고 오너 일가의 ‘무상증여’에 대해서도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허 회장과 승은씨는 덕성리 일대 90만㎡(허진규 회장 86만㎡, 승은씨 4만㎡)를 골프장 개발업체인 계열사 ‘일진레저’에 증여 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개인이 영리법인에 ‘농지’를 증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영리법인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인데, 만일 영리법인이 농지를 소유하려면 지목변경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이 농지를 영리법인에 증여할 경우, 무상이냐, 유상이냐에 따라 다르다”며 “무상증여일 경우 증여세는 영리법인이 내게 돼 있으며, 유상일 경우 주무관청(처인구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인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일진 오너 일가들이 일진레저에 증여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 일진레저는 골프장 사업위해 설립됐으며, 오너 일가의 '비자금조성창구 의혹'도 제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일진, “법대로 개발 진행하고 있을 뿐” 일축해 의혹은 나날이 ‘증폭’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는 일진레저
일각에서는 또 ‘일진레저’란 회사 자체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일진레저는 일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일진디스플레이의 물적분할로 인해 떨어져 나온 일진디스플레이의 자회사이다.
일진디스플레이가 일진레저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진디스플레이는 허 회장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56%가량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일진레저는 일진디스플레이에서 떨어져 나와 지난 2007년 7월3일 설립된 이후 곧바로 덕성리 골프장 개발에 착수했는데, 일진레저의 주요 사업목적은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업이다.
그런데, 설립되자마자 당시 주사업목적도 아닌 생뚱맞은 ‘골프장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일진레저가 덕성리 골프장 개발 사업을 위해 일진디스플레이로부터 물적분할하여 떨어져 나왔다고 본다.
나아가 일진레저의 부채를 일진그룹 계열사들이 갚았고, 최근엔 일진레저의 소유의 경기도 평택시 소재 토지를 일진디스플레이가 210억원에 취득했다.
따라서 일진레저의 생성과 걸어왔던 과정을 종합고려해보면 일진레저는 처음부터 골프장 개발 위해 만들어졌고, 잘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골프장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일진그룹과 일진레저
<매일일보>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과 의혹에 대해 일진그룹과 일진레저측에 수차례 전화취재와 본사 방문까지 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을 뿐, 그 이상에 대한 답변은 들을 수가 없었다.
한편, 덕성리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의 둘째딸인 승은씨가 소유한 덕성리 일대 농지(전,답)는 지난 2006년 1월 개별공시지가 기준 1㎡당 34,000원(1평 136,000원)이었으나, 2009년 1월 기준 1㎡당 60,000원(1평 198,000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2009년 기준, 승은씨가 보유한 땅 전체 총 공시지가 총액은 67억원 상당(111,905㎡, 33,851평*198,000≒67억)인 것으로 추정되며, 2006년과 비교할 때 (33,851*136,000≒46억) 21억이 차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올해 기준으로 할 때, 승은씨가 이곳 땅을 매수한 시점인 2001년 공시지가와 비교할 때는 그 배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보여지며, 실거래가격으로 했을 때에는 이보다 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허 회장 오너 일가들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