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기업감시 ‘뒷전’ 경영진 ‘총알받이’?

삼성, LG, 현대차 등 사외이사 반대 전무

2006-03-03     안미숙 기자
[매일일보= 안미숙 기자] 기업 감시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오히려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한겨레신문은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증권선물거래소 기준) 가운데 27일 현재 올해 ‘주주총회 소집통지 공고사항’ 공시를 통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안에 대한 찬반 여부 내역을 공개한 26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6개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년 동안 모두 609개 안건에 대해 2천3건의 의결에 참여했지만 반대 의사를 던진 경우는 0.69%인 2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권표를 던진 경우는 8건이었으며, 의안 문제로 의결을 수정 또는 보류한 경우가 각각 10건과 2건이었다.

특히 삼성, 엘지, 현대차, CJ 등의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이 반대 의견을 표시한 기업은 포스코(8건), SK(주)(5건), SKT(6건), KT(1건), 현대오토넷(1건) 등 5곳에 불과했다.

삼성의 경우 조사 대상 26개 기업에 포함된 삼성전자·삼성에스디아이·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 사외이사들이 100% 찬성률을 보였으며, 엘지 계열사인 엘지전자·엘지필립스엘시디·엘지화학·엘지카드 사외이사들도 마찬가지 상황.

현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아이앤아이스틸·현대오토넷 가운데서도 현대오토넷에서 한 차례 반대 의견이 나왔을 뿐 나머지는 모두 찬성뿐이었다.

한편 반대 의견이 나온 기업들 가운데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포스텍 국제관과 기숙사 건립 시설비 출연계획안에 대해 당시 참여한 사외이사 8명이 모두 반대했다.

SK㈜는 지난해 3월 우선주 소각안과 같은 해 6월 임원배상 책임보험 가입 안에 각각 2명의 사외이사가 반대했다.

이 밖에 대우인터내셔널 사외이사 2명은 지난해 11월 임원인사관리규정 개정안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 의사를 표시했고, 케이티앤지 사외이사 10명도 2005년 2월 이사의 보수한도액 책정안을 수정하자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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