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그룹 '오너 리스크',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
불법적 경영승계 주주이익 훼손
2015-08-10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롯데그룹의 내홍으로 촉발된 한국 재벌들의 족벌 경영체제의 병폐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이런 ‘오너 리스크’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유발할 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과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근 불거진 형제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반(反) 롯데’ 정서가 퍼지고 있다. 연말 재입찰 예정인 시내 면세점 특허 재승인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대주주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나 대주주 관련 사건이 기업에 손해를 미치는 ‘오너 리스크’의 전형적인 사례다.최근에도 한진그룹이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흔들렸다. 당시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에 항공주가 급등하던 시기였지만 대한항공은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시도 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삼성그룹은 최근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주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으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전쟁을 치렀다. 합병은 성공했지만 양사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롯데그룹주들도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지난달 27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다툼이 알려진 직후에는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확보 경쟁 가능성에 주가가 급등세틀 탔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롯데제과는 지난달 29일 장중 최고 219만2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달 7일에는 장중 174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이 20.30%에 달한다.롯데칠성 역시 지난달 29일의 고점 238만6000원과 이달 6일의 저점 188만8000원을 비교하면 20.87%나 급락했다.이밖에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롯데손해보험, 현대정보기술 등 롯데 계열 상장사 모두 최근 주가가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오너 리스크는 한국 증시가 주요국에 견줘 제값을 못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으로 과거에는 북한과의 대치 등 지정학적 요인이 꼽혔지만 최근에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수익률 등이 부각되고 있다.정부의 정책적 유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주주친화 정책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이번 롯데 사태는 여전히 후진적인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해외 언론과 투자자들의 시선도 따갑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족벌 기업의 승계 분쟁이 한국에서 특히 빈번하고 해로운 형태로 나타났다며 롯데가의 이번 경영권 분쟁 내용을 소개했다.포브스도 지난 3일 한국인들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에 익숙하며 이것만큼 관심을 사로잡는 것도 없다면서 이번 롯데가의 사례를 전했다.앞서 SK와 한화그룹 등 재벌 총수들이 재판을 받던 지난 2012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세금 탈루 등이 주주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