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잔존하는 식민 잔재를 버려야 한다
2016-08-10 이창원 기자
[매일일보 이창원 기자] 최근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독립군과 독립군에서 변절한 밀사들의 내용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이 화제다.개봉 3주 만에 900만 관객을 모았고, 조만간 1000만 영화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다.이런 현상은 영화 자체의 매력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주목할 것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까지도 그 시대의 아픔과 광복 순간의 환희는 세대를 거쳐 온전히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2시간 30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 중에서 이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한 부분은 없었음에도 관객들은 그 시대를 이해하고 있었다.또한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 국민들은 일본과의 대결에서의 패배에는 절대적으로 관대하지 않다.때문에 국가대표를 지낸 많은 수의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고 들이받았다’는 진술들을 많이 해왔다.이처럼 일제강점기 당시 정도는 아니겠지만, 잊지 않고 이어지는 독립군들에 대한 존경심, 일본에 대한 감정 등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잔존하는 식민 잔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이 같은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특히 90년대에는 우리말 중 대다수 섞여있던 일본말들을 솎아내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그 노력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를 강제적으로 배웠던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변화를 이끌어냈다.하지만 아직까지도 ‘구라’, ‘간지’, ‘오뎅’, ‘쇼부’, ‘쯔끼다시’ 등 우리 생활 속에 일본어가 많은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특히 쓰고 있는 표현 중에서 식민 잔재라고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유치원’의 경우 1897년 일본이 부산에 체류하고 있던 일본인의 유아기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한 기관을 명명한 데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독일식 유치원 표기인 ‘Kindergarten’을 일본학자들이 일본식 조어방식에 맞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한 ‘일제’라는 말 자체도 사실상 일본 식민 지배를 인정하는 표현이라는 지적도 있다.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5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현행법 법문에 남아 있는 ‘일제’라는 표현은 사실상 일본 식민 지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기술에 사용되는 용어는 역사에 관한 현 세대 인식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용어선택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민족 항쟁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일항쟁기‘ 등의 표현으로 수정할 것을 제시했다.법률명에 ‘일제’가 포함된 법률은 ‘일제감정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등이며, 본문에 일제 혹은 기타 유사표현이 포함된 경우는 '국가보훈 기본법',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등 6건이다.지명에서도 아직 식민 잔재가 남아있다.최근 경남 밀양시는 ‘천황산(天皇山)’을 일제 시대에 개명하기 전 고유지명인 ‘재악산(載嶽山)’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밀양시에 따르면 천황산은 원래 500년 넘게 재악산으로 불렸지만 일제 강점기 때 식민화 정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려 혼란을 줄이고 식민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이에 울산시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며 반대 의견을 냄으로 인해 국가지명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명칭이 결정될 예정이다.오랜 기간 식민 지배를 받은 이상 완전히 그 잔재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 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노력들을 통해 식민 잔재들은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며, 무엇보다 노력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가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