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재소자 성추행 옥중 편지 폭로
엉덩이, 가슴 주물럭 '외부에 알리지마라!'

재소자, 교도관 상담 중 ‘출소 후 만날 수 있겠느냐’ 제의

2006-03-05     김호준 기자
[매일일보=김호준 기자] 최근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성폭행범의 경우 재범의 가능성이 다른 범죄에 비해 월등히 높아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런 가운데 교도서 내에서 교도관들이 여성재소자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전북 군산의 한 교도소에서 여성재소자 4명이 남성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편지가 국가인권위에 진정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산의 한 여성재소자가 지난 1월 자신을 비롯한 3명의 여성재소자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먼저 출소한(서울구치소에 수감) 친구에게 보냈고, 편지를 받은 친구가 이를 인권위에 진정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편지의 내용은 남성교도관이 여성재소자들과의 면담 중에 여성재소자 4명을 성폭행 했다는 것이다. 여성재소자들에 따르면 항상 보복이 두려워 망설였었는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들은 또 여성재소자가 남성교도관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것과 남성교도관들과 개인면담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교도소 시스템 상 여성재소자들에 대한 성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며 사건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현재 사건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지만 개인면담 시에는 반드시 여성 교도관이 입회하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성폭행 수치심에 자살 기도

이에 앞서 지난 2월 19일에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을 앞둔 여성재소자가 남성 교도관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교도소 내에서 남성 교도관에 의한 여성재소자 성폭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허술한 재소자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 교도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밀실과 같은 상담실에서 여성 교도관 입회 없이 남성 교도관과 1대1로 면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담 중 `출소 후 만날 수 있겠느냐'는 등의 제의를 받았다는 게 이 여성재소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구치소측은 교도관이 ‘손을 잡았다’는 정도로만 상급 기관인 서울교정청에 보고했고, 이때는 이미 피해자 가족과 당사자가 금전적인 합의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서울교정청은 교도관이 여성재소자를 벽 쪽으로 밀친 뒤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교정청에 따르면 피해 여성이 사건 당일 여성 교도관에게 성폭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자살을 시도 할 때까지 보호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피해 여성과 가해 교도관 모두가 정신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상급부에서는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이 여성재소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교도관의 여성재소자 성추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법무부와 구치소의 사건 무마 시도와 그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겨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는 ‘사랑스런 동생 ○○에게’로 시작하는 8장짜리 편지를 구치소 직원들의 눈을 피해 지난 2월 8일 특별접견을 한 여동생에게 전했다.

“엉덩이와 가슴 만졌다”

편지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해 교도관이) 신랑은 왜 면회를 안 오냐고 물어 별거 중이라고 했어. 신랑이 여자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면서, 자기가 가석방으로 일찍 보내주게 되면 나가서 만나줄 수 있냐고 묻더라. 내 쪽으로 다가와서는 나를 안으면서 한 손으로는 왼쪽 가슴을, 한 손으로는 목을 끌어안다가 엉덩이로 손이 내려갔어. 주무르면서. 정말 순식간이었고 상상도 못한 일이라 소리는커녕 아무 생각도 없었다.

정말 인간도 아니야. 하도 저항을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물러나면서 진정하라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절대로 이런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어.“라는 내용과 함께 여성교도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재소자는 편지에서 “(여성 교도관에게) 저기 저 아저씨가 엉덩이랑 가슴을 만졌다고 하니까, ○○○(가해 교도관)는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고 하면서 나한테 막 대들더라.”면서 “ (여성 교도관에게) 만약에 이런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여자 교도관 말씀이 나만 힘들어지고, “증인 있냐”고 하시더라. 너무 기가 막히지 않니? 정말 죽일 놈이야. 어제도 너랑 엄마 면회하고 나서 법무부 조사 받는데 내가 가해자인 것 같은 기분이었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편지에는 교도소 측에서 사건 무마를 시도한 흔적도 고스란히 적혀있다.

편지에 따르면 “(여성 교도관이) ○○○(가해 교도관)가 정년이 1년 남았는데 용서해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내용은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쓰라고 하길래 “못한다”고 했어. 또 (진실을) “자세히 쓰면 (가해 교도관이) 직장을 잃는다”면서. 그냥 “분류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썼어. 그러고 난 뒤 분류과 직원들이 사과를 하면서 “절대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후에도 피해 여성 재소자는 교도관에게 당한 성추행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하며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편지에서 밝히고 있다.

피해 여성 재소자는 편지에서 “정말 힘이 들어. 나도 모르게 소변을 의자 위에서 보고 미치겠어. 소변만 안 보고 잠만 계속 잤으면 좋겠어. ○○야, 언니 억울한 일 풀어줘. 아이들 곁으로 갈 일 얼마 안 남았는데 그게 가장 슬프다.

정말 숨쉬기가 힘들어. 그런데 법무부 ○○○ 과장이라는 사람은 “가석방 소리에 귀가 솔깃하지 않았냐”고 묻고. 주위 사람들도 내가 일찍 가석방으로 나가려고 이런다고 생각하나 봐. 자기네들은 당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야.

아직도 제대로 할 말을 못했는데, 내가 숨 좀 제대로 쉬고 가슴 좀 안 아팠으면 좋겠어. 이러다가는 정말로 죽을 것 같다. 살려줘. (가해 교도관의) 입냄새 미치겠어. 내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어.“라며 성추행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아이디가 ‘갈릴레오1’라는 네티즌은 “감옥에서 영어의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재소자들에게까지 성희롱을 일삼는다니 이 나라의 인권의 사각지대는 불우청소년, 유아원, 아동보호소, 그리고 재소자들이 몸담고 있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곳이 바로 알게 모르게 성을 희롱하고 폭력하는 사각지대라는 사실은 약자들의 인권이 썩어지고 속 앓는 곳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런 곳에 대한 철저한 법적 임무를 완수해 그들의 애환과 고통을 더 이상 이런식으로 감춰지거나 방치하는 것을 하루속히 벗어나 진정한 인본주의 세상을 만들 책임을 완수하길 빈다”고 덧 붙였다.

한편, 피해 여성 재소자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3억6천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국가는 문제의 직원을 여성재소자와 접촉하게 한 과실이 있어, 의식불명에 따른 손해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이 같은 사건들이 관리 당국의 소홀로 말미암아 여성제소자 성폭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고 여성 교도관 채용을 확대하고, 상담실 출입문을 투명 유리로 교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성 교도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상당수의 여성제소자들은 상담실에서 남성교도관과 1대1로 면담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교도관의 면담 내용이 재소자들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재소자들이 불합리한 행동을 참을 수밖에 없고, 외부로 알려지기도 어려운 시스템이어서 폐쇄적인 교정행정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교도소 내 여성제소자 성폭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 성폭력상담소의 권주희 간사는 “(여성제소자 성폭행 사건을) 교도관이란 권력을 이용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밝히고, “(교도관이 여성제소자의) 손만 만졌다고 거짓말들을 늘어놓고 있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운동 사랑방 한 관계자는 “현재 교소소 내 여성제소자들의 성폭행 실태는 우리나라 뿐 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면서 “이번 성폭행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제소자 숫자가 적고 제소자란 굴레 때문에 상담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극히 드물지만 그 피해 건수는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 된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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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성명서>
여감방 존엄성 파괴 인권유린 심각
-구금시설 수용자 성추행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촉구-

지난 2월 19일, 가석방 심사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한 서울구치소의 여성 재소자가 자살을 시도해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났다. 감독기관인 법무부와 서울교정청은 처음에는 성추행이 없었다고 하다가 뒤늦게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우리는 열악한 지위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버려 피해를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개탄한다. 또 누구보다 구금시설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법무부가 상당한 시간 동안 구치소 측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뒤늦게나마 시작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비단 서울구치소 뿐 아니라 다른 구금시설에서의 여성 재소자들의 인권과 처우 실태를 전면 재점검할 것을 기대한다.

이 사건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난 폐쇄적 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수준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로 인한 여성의 존엄성 파괴와 인권 유린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데, 외부와 단절되고 재소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억압적 공간인 구금시설에서 가석방 자격을 심사하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교도관들에 의한 피해는 더욱 극단적일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이처럼 더디고 어려운 것도, 범죄를 저질러 구금시설에 수용되었다는 이유로 재소자들의 인권을 경시하고, 특히 약한 지위에 있는 여성에 대한 희롱과 추행을 감추고 묵인해 온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기인한다. 이번 사건은 다시는 이러한 인권 침해와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묵인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법무부가 사건의 축소·은폐에 관여한 모든 교정 공무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단호한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의 기준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 사건이 특정 교도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우리 교정 행정이나 그 감독체계, 가석방 심사 등 교도관들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심사·분류 체계의 문제를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과 엄격한 감독체계를 세워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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