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글로벌 환율전쟁 개막?
"신흥국 중심 자국 통화가치 절하할지 주목"
2016-08-1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중국이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큰 폭으로 내리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에 불을 붙였다.12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일 고시환율(6.2298위안)보다 위안화 가치가 1.62% 하락한 수준이다. 앞서 인민은행은 전일에도 위안화를 1.86% 내렸다.시장에서는 그간 수출경쟁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던 중국 정부가 수출 부진이 지속되자 환율 카드를 빼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최근 중국 경기지표들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중국의 7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7.1% 감소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7% 성장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날 나온 7월 광공업생산도 전년 동기대비 6.0% 증가하는데 그쳐 전월치(6.8%)와 시장 전망치(6.6%)를 크게 하회하는 등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중국의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는 곧 글로벌 시장의 수요 둔화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수출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 움직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실제 베트남은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에 동참했다.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베트남중앙은행(SBV)은 이날 동화의 기준환율을 달러당 21,673동으로 유지하면서 하루 변동 가능 폭을 1%에서 2%로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의 이번 조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가치 절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앞서 SBV는 지난 5월 7일 기준환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화가치를 1% 절하한 바 있다.ADS 증권의 노어 알-하무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다른 신흥국들이 잇달아 통화정책 완화를 추진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전쟁이 다시 도래한 것이 분명하다”며 “향후 몇 주간의 상황이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이번 위안화 절하 조치가 여타 신흥국들의 자국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자연스레 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8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1.7원 올랐다. 이는 4년 만에 최저치다.베렌버그 은행의 홀저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큰 문제이지만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조치가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MF는 올해 말로 예상됐던 위안화의 SDR 바스켓(기반통화) 편입 작업을 내년 8월로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와 국외에서 적용되는 환율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지적했다.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SDR 편입요건은 위안화 환율이 보다 시장에 친화적이고 국내와 국외 간 적용 환율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점을 반영해서인지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안화 기준환율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다”고 밝혔다.구체적으로 인민은행은 외환 시장의 일간 변동성에 따라 전장 마감 환율과 전일 위안화기준환율 사이 괴리가 크면 다음날 위안화 기준환율도 이에 따라 일정 수준의 큰 변동폭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정부는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예고치 않은 조치로 외환·금융시장이 많이 흔들려 시장동향을 세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위안화 평가절하가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유발하지 않도록 외환·통화당국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