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찾은 단기 부동자금 900조 육박

저금리에 경기 불확실성 확대된 탓

2016-08-1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올 들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6개월 새 90조원 불어나 900조원 가까이 쌓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리 기조로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탓에 장기간 돈을 투자할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1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884조4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 자금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단기부동자금은 지난해 12월 말 794조7000억원에서 반년 사이에 89조7000억원 늘었다.단기 부동자금에는 현금 69조원,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164조6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414조3000억원,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정기예금 71조7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18조7000억원이 포함된다.여기에 머니마켓펀드(MMF) 74조8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1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8조3000억원,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22조원도 들어간다.이들은 언제라도 현금화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다.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3000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말 646조9000억원으로 1년 새 20% 급증했다.그러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대에 접어든 2013년 말 단기 부동자금은 712조8000억원으로 7.0% 늘었다.이어 지난해 11.5%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1.3% 급증했다.한은이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단기 부동자금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1.50%가 됐다.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단기자금 규모가 함께 증가했고,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단기 수익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심화됐다.금리 인하 과정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0.1%포인트(10bp)까지 축소돼 1년 이상 예금에 돈을 넣을 유인이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자금이 많아지는 것은 경제 전반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금리가 낮은데 주식시장도 부진하다 보니 시중 자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유동성은 늘었지만 돈이 경제 내부에서 원활히 돌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돈이 원활히 도는 정도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6월 통화승수는 18.2배로 5월 말의 18.5배에서 하락한 것이다.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푼 돈이 시중은행을 거쳐 몇 배의 신용(돈)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돈이 활발하게 돌면 수치가 상승한다. 작년 말 통화승수는 19.0배였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경제에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자금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은 안정적인 퇴직연금에 가계 자금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근본적으로는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단기자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 불확실성은 쉽게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 상품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