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약세 가속..금융위기 우려 고조
말레이시아 통화가치 금융위기보다 더 낮아
2016-08-17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신흥국 통화들의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지난 12일 기준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달러당 4.0275링깃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올라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9일(달러당 4.7125링깃)이후 최고 수준이다.같은 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달러당 1만3800루피아로 역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6월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미국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의 헤알화나 칠레의 페소화 환율은 각각 200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역시 금융위기 때보다도 통화가치가 낮은 상태다. 브라질 헤알화는 올해 들어서만 30%가량 평가절하됐다.최근 멕시코 페소화의 통화가치는 2009년 3월이후, 남아공화국 랜드화는 2001년 12월이후 최저 수준이고, 터키의 리라화는 아예 역사상 제일 낮은 상태다.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부른 공통 원인으로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여기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중국의 경기둔화 영향으로, 또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이중삼중의 문제를 겪고 있다.일부 신흥국들은 자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브라질은 기준금리를 2014년 10월 이후 7차례나 올려 현재는 연 14.25%에 달한다.최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1일부터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를 더욱 자극하는 형국이다.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은행팀장은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경제 사정이 보기보다 좋지 않구나’하는 경계감을 글로벌 금융시장에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문제는 통화가치 하락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외환위기로 확산되면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말레이시아 금융불안 심화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지 금융불안이 한층 더 심화되면서 주변국으로 확산되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