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돈놓고 돈먹기 골프 쳤다’

이기우 "내기 골프 하지 않았다“ 거짓증언

2006-03-10     홍세기 기자

청와대 '3·1절 골프' 관련자 전면 조사
한나라, "이총리 조사→국조→해임안→특검"

청와대가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모임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부산 지역 상공인들이 다양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진실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전면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료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 총리의 3.1절 골프모임에 동행한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우선적으로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교원공제회가 영남제분 류원기 사장의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과 관련, 공제회의 주식 매입 전 과정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영남제분 류 사장을 밀가루 담합 사건의 고발 대상에서 제외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3ㆍ1절 골프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국무총리가 100만원 상당의 '내 기 골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총리 골프에 동행했던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지난 7일 "내기 골프는 하지 않고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의 과징금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매일경제가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아시아드CC 근무자 A씨는 "100만원 정도의 돈 다발을 라운딩한 캐디에게 맡기면서 홀당 5만~6만원 정도의 내기 골프를 했다고 들 었다"며 "누가 얼마나 냈고 땄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돈이 하나도 안 남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
또 이신문은 “이 총리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 문화수석 등과 첫 조에서 골프를 했다“며 ”만일 내기에 걸린 100만원을 기업인들이 모두 부담했다면 이 총리가 청탁성 골프를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는 A씨의 증언대로 이 총리가 내기 골프를 쳤다면 어떤 경우이든 심각한 공무원윤리강 령 위반 사항이다. 이미 이 총리는 3ㆍ1절 골프비용을 골프장 최 모 사장이 부담하게 해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 된다.이 관계자는 "(이 총리 조에) 2명의 캐디가 나갔고 뒷조에는 1명의 캐디가 경기를 보조했으며 이 총리 조에는 특별히 경력이 많고 일 잘하는 캐디를 뽑아서 내보냈다 "고 전했다.그러나 그는 총리일행이 앞뒤 팀의 진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른바 '황제골프'를 즐겼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총리 팀에 경호원 1명이 있었던 것 외에는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고 말 했다.그는 특히 "여당 사람이 야당 도시인 부산에서 함부로 골프를 쳐도 되느냐는 등의 농담도 오고 갔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이 총리와 함께 했던 캐디 등이 골프장에 일하러 나오지 않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 100여 명의 캐디들 이 그대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A씨는 "누가 어느 팀에 있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얼굴 보면 다 알만할 정 도로 알려진 인물들이었다"고 밝혔다.이기우 차관은 "이 총리는 회원대우를 받아 3만8000원을 최인섭 아시아드CC 사장이 대신 내줬으며 다른 사람들은 각자 부담했다"고 말한 바 있다.이에 대해 이병완 비서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현재 (3.1절 골프모임과 관련한)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청와대의 조사 결과는 이 총리의 향후 거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정 당국 관계자는 "골프모임 참석자들이 이 총리와의 친분을 배경으로 로비를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느냐에 조사의 핵심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조사 대상은 3.1절 골프모임에 참석했던 전원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도 조사 대상이다. 이 차관과 김 이사장,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은 이번 골프모임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들이 어떤 커넥션을 맺고 있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또 영남제분 류 회장 등 부산지역 상공인들도 개별적으로 만나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총리가 청와대의 조사를 받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따라서 청와대의 조사는 "최초로 이들과 이 총리를 맺어준 인물이 누구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로비가 실제로 성공했는지의 여부다. 여권 관계자는 "3.1절 골프 참석자 중 일부가 이 총리의 이름을 팔아가며 로비를 시도해 성공시켰을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니냐"면서 "나중에 언론에 의해 그런 사실이 폭로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먼저 진상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의 경우 2001년 주가조작 혐의로 부하직원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부하직원은 법정구속된 반면 자신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당시 법원의 처분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유 회장은 2001년 9월 4일 주가조작을 통해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로 부산지검 특수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다음날 기각됐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이 회사 박모 상무는 유 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다음날 1심 재판부에 의해 법정구속됐다.

당시 공범인 증권사 직원은 적부심에서 풀려나지 못한 채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특히 이때 부산지법원장은 유 회장과 고교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졌으며, 해당 법원장은 퇴임 후 영남제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유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던 판사도 판결 몇 달 뒤 사표를 제출하고 개업,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같은 범죄임에도 엇갈린 법원의 판단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자 당시 대법원에서도 진상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 회장은 2명의 공범과 달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2번의 심리 끝에 형사2단독 윤근수 판사에 의해 법정구속됐다.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주범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고 구속됐던 사람도 적부심에서 풀려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당시 벌어졌다”며 “그러나 담당 판사의 결단으로 늦게나마 제대로 재판이 진행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윤 판사는 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10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유 피고인은 오랜 법정다툼 끝에 2002년 10월 25일 징역 1년6월의 실형과 40억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한편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교직원공제회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자문을 받았다”고 뜻밖의 답변을 했다.

이같은 세금 부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방국세청은 2004년 12월 1일부터 지난해 1월 25일까지 40일간 교직원공제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785억300만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세무조사 이전까지 채권 투자 수입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아 왔기 때문에 세금 부과에 크게 황당해했다고 한다. 당시 부과 세금은 1999년분으로 만약 2003년까지 5년치를 부과할 경우 4000억 원 정도를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차관이 조언을 했다는 김 이사장의 말은 해석에 따라 세금 전문가가 아닌 이 차관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전임 이사장이고 친한 사이여서 차관에게 업무를 자주 상의했다”며 “국세청 세금 문제를 상의했더니 ‘이의를 제기해 문제를 풀 수도 있다’고 조언한 것을 말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총리 해임안 정국’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해찬 총리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정국은 다시 한번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유임되면 ‘중대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이 총리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해임건의안 발의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가능하며,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임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 총리 유임을 결정한다고, 당장 ‘총리 해임안 정국’으로 치달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당장 해임안을 내기보다는 골프 파문에 관한 국정조사 등의 순서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실패의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작년 6월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을 들어,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안을 밀어붙였다가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