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솜 비리대출 의혹’에 흔들리는 농협

검찰 ‘농협-리솜리조트-NH·효성 캐피탈’ 자금 흐름 수사

2015-08-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검찰이 농협은행에서 지난해 리솜리조트그룹으로 나간 대출금이 다른 금융기관 채무 변제에 사용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실행된 대출금 가운데 일부가 전용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초 운영자금 명목으로 리솜리조트에 230억원을 추가 대출했다.막대한 채무에 영업손실이 누적돼 리솜리조트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감사 의견까지 나오던 상황이었지만 농협은 대출 이자가 정상적으로 지급돼 왔다며 추가 대출을 강행한 것이다.해당 대출금은 대부분 리솜리조트그룹 임직원들의 밀린 임금, 협력업체의 자재 납품 대금 등으로 쓰였다. 사실상 부도 위기 상황에서 농협 자금이 긴급 수혈된 셈이다. 농협의 미상환 대출금이 이미 1200억원을 넘어선 때였다.제천사업장 시설공사비로 2011∼2012년 560억원을 지원해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된 후 운영자금으로 다시 거액을 내주면서 농협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검찰은 특히 당시 대출금 가운데 일부가 리솜리조트의 제2금융권 차입금 변제 등에 사용된 단서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리솜리조트는 2013년 NH캐피탈, 효성캐피탈에서 30억원씩 총 60억원을 빌린 뒤 지난해 말 모두 상환했다. 상환 완료 시점은 리솜리조트가 농협에서 대출을 받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검찰은 대출금 상환이 리솜리조트 법인 계좌를 거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농협 측이 이를 대납해준 게 아닌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리솜리조트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때는 언론을 통해 농협의 특혜 대출 의혹이 불거진 뒤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에서 정상 대출이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이 리솜리조트의 ‘흑기사’로 나섰다는 분석도 있었다.NH캐피탈은 농협금융지주가 100% 출자한 농협은행의 형제 회사이며, 효성캐피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알려진 효성그룹 계열사다.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지상고 4년 후배로 '영포회'의 핵심 인물로도 알려졌다. 신상수(58) 리솜리조트그룹 회장 역시 전 정권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약 6개월 가량의 임기를 남겨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이에 대해 농협 측은 “지난해 대출된 230억원의 사용 계획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했고 사후 검증도 엄격하게 했다”며 “대출금 유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