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실효환율 하락에 수출업체 ‘안도’

무역흑자 누적으로 원화약세 지속할지는 미지수

2016-08-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전망이다.19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매달 발표하는 국가별 실질실효환율 집계를 보면 한국의 7월 실질실효환율(2010년 100 기준)은 112.42로, 전달 대비 2.2% 하락했다.실질실효환율은 세계 각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고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4월 117.73을 기록해 2008년 2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이후 5월 116.25, 6월 114.95로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4월과 대비하면 석 달 사이에 상대가치가 4.5% 하락한 셈이다.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주요 통화 가운데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6월 대비 7월 실질실효환율이 원화(-2.2%)보다 더 크게 하락한 국가는 BIS 조사대상 61개국 중 콜롬비아(-5.6%), 러시아(-3.8%), 뉴질랜드(-3.4%), 캐나다(-3.3%), 호주(-3.0%), 브라질(-2.5%), 노르웨이(-2.4%), 멕시코(-2.3%) 등 8개국에 불과했다.이들은 대부분 최근 원자재 가격 급락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자원수출국들로, 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의 통화 절하폭이 가장 컸다.원화가치 급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그리스 위기, 중국의 증시 불안 등이 꼽힌다.지난 6월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시작됐고, 그리스 채무 위기가 봉합된 이후에는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이슈와 중국의 증시불안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화시켰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중 국내 상장주식 2조2610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6월의 3890억원에 이어 두 달째 ‘셀(sell)코리아’를 지속했다.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7월 중 2조6180억원어치를 내다 팔아 2개월째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을 합한 순유출 규모는 지난달 4조8790억원으로 2011년8월 5조8000억원이 유출된 이후 가장 컸다.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 이탈은 중국경제가 악화하면 한국경제가 받을 충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위안화가 미 달러 대비 10% 절하될 경우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9%포인트 하락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그럼에도 최근의 급격한 원화 약세는 그동안 엔화나 유로화 대비 환율 경쟁력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수출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상대적인 원화 강세로 수출이 크게 줄었던 일본이나 유럽시장,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신흥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세계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다른 여건의 개선이 미진한 상황에서 최근의 원화 약세는 부진에 빠졌던 수출기업에는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수출업체에 우호적인 원화 약세 분위기는 당분간 유지될 개연성이 크다.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달러화 강세가 원화약세를 이끌고 있고 최근에는 위안화 절하 등 중국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약세 압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다만 42개월째 이어진 무역수지 흑자와 미국 및 국제기구의 환율개입 견제는 원화 약세 폭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이 연구원은 “크게 늘어난 외환보유액,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 외환건전성 개선은 원화 약세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최근 나타난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여건 개선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