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분기 성장률, 포르투갈·스페인보다 낮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 아시아국가 중 최고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아니었지만 재정위기를 겪은 스페인, 포르투갈보다 낮았고 영국, 독일 등 보다도 뒤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하 전분기 대비)은 0.3%에 머물렀다.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3%)와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0.1%)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낮다.
2분기 성장률은 재고증가분 0.2% 포인트를 빼면 사실상 0%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이나 신흥국 할 것 없이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한국의 성장 둔화는 특히 심각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아시아 국가의 2분기 성장률(전기비)을 보면 중국(1.70%), 홍콩(0.40%), 대만(1.59%) 등이 한국보다 높았다.
통화 약세로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불거진 인도네시아(3.78%), 말레이시아(2.60%)도 한국의 성장을 뛰어넘었다.
수출과 소비 부진에 삐걱거린 일본(-0.40%)과 태국(-6.44%) 정도가 2분기에 한국보다 낮은 성장을 했다.
한국의 2분기 성장은 재정위기의 혼란을 겪은 남유럽 국가들에도 뒤처졌다.
제3차 구제금융을 앞둔 그리스는 2분기에 전분기 대비 0.8%의 '깜짝' 성장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4위 경제 대국 스페인은 지난 2분기 1.0% 성장을 하며 8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8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포르투갈(0.4%)도 한국의 성장률보다 높았고 아일랜드는 1분기(1.4%)까지 5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며 호조를 이어갔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국을 묶은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가운데 이탈리아(0.20%)만이 한국 성장률보다 낮았다.
또 영국(0.65%), 헝가리(0.50%). 독일(0.40%) 등도 한국보다 좋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저조한 성장을 이어가자 한국의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금융기관의 눈높이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기관 37곳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2.7%로 집계됐다.
1월만 해도 3.5%였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지난달 17일에는 2.9%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다시 한 달 만에 GDP 증가율 예상치는 0.2%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올해 들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은 0.8%포인트로 태국(4.0%→3.2%)과 함께 아시아 주요 11개국 가운데 최고였다.
인도네시아(-0.40%포인트), 말레이시아(-0.30%포인트), 싱가포르(-0.5%포인트), 홍콩(-0.2%포인트), 대만(-0.15%포인트), 일본(-0.10%포인트) 등도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지만 한국의 하락폭에는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