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촉진 위해 지방세 감면..주민세·담뱃세로 메우나

'감면 정비로 세수확충' 제동…행자부 "경제 활성화하면 지방세수도 늘 것

2016-08-20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정부가 20일 발표한 지방세제 개편안은 내년에만 3조 3천억원에 이르는 지방세 감면혜택을 연장 또는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춘 결정이라지만, 세제 감면 분야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려던 종전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

특히 지방세 감면을 100% 연장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치단체에 주민세 인상을 유도하고 있어 논란이 일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이나 각종 단체에 세제혜택을 주느라 걷지 못한 지방세를 전체 주민으로부터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까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서민·취약계층 혜택을 제외하고는 지방세 감면을 원칙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 더 이상 연장하지 않거나 혜택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2013년에는 2700억원, 지난해 8300억원을 줄였다. 매년 그만큼 지방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올해는 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연말에 감면혜택 종료 예정인 3조 3천억원 전부를 일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행정자치부는 중고차 매매나 경차 등 전체 감면 규모가 크면서 감면을 연장할 타당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항목은 내년부터 지방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촉진과 경기부양에 역행한다는 경제부처의 의견과 관련 업계 등의 반발로 감면 정비계획은 몇 주 만에 모두 없던 일이 됐다.

행자부가 이달 초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 공개 때 지방세 3법 개정안을 동시 발표하려다 못한 것도 이런 과정 때문이다.

정정순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감면 정비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도 중요하지만 정부 전체적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에 공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감면혜택을 일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세 감면 혜택을 일괄 연장함에 따라 감면 정비로 지방세수를 확충하려던 종전 계획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에 감면 정비를 재추진하기도 어렵다.

행자부는 "지방세제 혜택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자치단체 세수도 확충된다"는 원론을 펼쳤다.

하지만 갈수록 불어나는 복지부담과 자체사업 채무로 허덕이는 자치단체들은 재원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난을 겪는 자치단체로서는 당장 주민세나 담뱃세 증가분에 더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느라 생긴 결손을 주민세 인상 등으로 주민 전체에 돌린다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실장은 "주민세 인상은 20년간 묶여 있던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이번 지방세제 개편안과는 분리해서 봐 달라"면서 "세제 지원노력이 우리 경제를 살리고, 지방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