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가 세계를 덮치나
제2롯데월드 짓고 있는 롯데그룹에도 악재 속출
[매일일보 곽호성 기자] 중국 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마천루의 저주’가 회자되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란 초고층 빌딩이 건립되는 시기에 극심한 불황이 나타난다는 가설이다. 한국에도 초고층 건물이 여럿 들어설 예정이어서 한국도 마천루의 저주를 받을 수 있다는 불길한 예언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 6월부터 증시 폭락이 시작되고 난 뒤 부동산 거품과 공기업, 지방정부의 지나친 부채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됐다. 여기에 톈진(天津) 항만창고 폭발사고로 인해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중국이 ‘마천루의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천루(skyscraper)는 높이 150m,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 통계를 보면 현재 건립된 높이 3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 79채 가운데 25채가 중국에 들어서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초고층 빌딩 125곳 가운데 78곳도 중국에 위치해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버즈 칼리파다. 이 건물은 163층이며 높이는 828m다.
그러나 세계 최고층 빌딩은 곧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만 금융사인 유안타(元大)그룹이 중국 후난(湖南)성에 높이 838m의 스카이시티를 세우고 있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롯데그룹도 마천루의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가 높이 556m에 123층인 제2롯데월드 건설에 나선 이후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 수족관·영화관 사용제한, 그룹 경영권 분쟁 등의 나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내년 말 제2롯데월드가 완공될 예정이며 2022년에는 서울 삼성동에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571m, 115층으로 예정되어 있어 제2롯데월드에 비해서도 15m높다.
한국에도 제2롯데월드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외에 초고층빌딩이 계속 들어설 예정이어서 한국 경제도 마천루의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뉴욕에 1930년과 1931년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건립될 때 세계적으로 대공황이 맹위를 떨쳤다.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1971년,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1974년에 완공된 뒤에는 오일 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에 페트로나스 타워가 들어선 1997년에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2004년 대만에 타이베이금융센터가 건립된 이후 대만 경제는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세계 최고 초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 완공 2개월 전인 2009년 11월에는 두바이 정부의 국영기업인 두바이 월드가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초고층 건물을 짓고 몰락한 개인들도 있다.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은 63빌딩을 지었지만 자신이 이끌던 신동아그룹이 무너졌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은 베트남에 72층 빌딩을 지었지만 비참한 몰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