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유가 하락...한국경제 부정적 영향

국제 원자재값 6년전으로 추락…유가 40달러 붕괴 임박

2016-08-24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원자재 가격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24일 국제 원자재시장 등에 따르면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달러화 강세 영향 등으로 하락하고 있다.국제유가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21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40.45달러로 마감됐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39.96 달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기업들의 채산성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은 우려로 남는다.원자재 가격이 내리는 가장 큰 요인은 수요가 적은 데 비해 공급이 많다는 점이다.원유의 경우 미국 셰일오일 업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공급이 넘치고 있다. 미국이 3∼4년 전부터 암석에서 뽑아내는 원유인 셰일오일의 개발에 적극 뛰어들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들은 물량공세로 맞서고 있다.여기에 중국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유가는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인 4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지난달 중국이 소비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1012만 배럴(bpd)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2% 줄었다.중국은 세계 원유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로 중국의 소비 감소는 전체 소비량의 감소를 의미한다.구리와 철광석 등 금속 원자재도 최대 수요자인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금융위기 이래 최저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구리는 지난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4995달러까지 떨어져 6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구리는 2011년에 고점을 찍은 이래 공급 과잉으로 계속 약세를 이어오다 최근 중국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급락했다. 구리는 파이프와 지붕 등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제조업과 건설 경기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철광석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 역시 중국 경제 영향이다. 올해 1∼7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작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물량으로 따지면 4억7800만t이 줄어든 셈이다.게다가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요인까지 겹치며 원자재 가격에 하락 압박이 더 커졌다. 미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가 상대적으로 비싸졌기 때문이다.원자재 가격 하락은 한국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업들의 생산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국제금융센터의 오정석 팀장은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한국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나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셈은 복잡해진다. 결국 세계 경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니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우리나라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특히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또다른 글로벌 위기의 진앙이 되면 한국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칠레 등 남미지역도 구리 수출이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니 사정이 좋을 리 없다.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원자재가격 하락이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70%가 중국과 중동,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권으로 향한다”고 덧붙였다.아울러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은 한국경제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