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4천명 시대에도 ‘콘돔’은 금칙어?

2006-03-13     안미숙 기자
[매일일보=안미숙 기자] 미성년자는 인터넷에서 ‘콘돔’이란 단어를 검색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된 에이즈 감염 환자는 모두 3,829명으로, 지난 2005년 680명의 에이즈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였으며, 감염경로는 이성간 성접촉 60%, 동성간 성접촉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콘돔 착용 등의 기피가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

2005년 감염자 중 2.4%인 16명이 15~19세의 미성년자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이는 에이즈감염에 있어 미성년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미성년자의 에이즈감염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미성년자의 콘돔에 대한 정보 접근은 엄격히 차단되어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콘돔 이라는 단어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규정 및 청소년유해매체물 기준 등에 의거 포탈업체 자율적으로 금칙어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탈업체인 네이버, 야후 등에서 콘돔 및 콘돔쇼핑몰 검색시 성인인증을 요구 받는 등 미성년자의 콘돔 정보 접근이 엄격히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법률상으로는 청소년보호법 등에 의거 청소년위원회에서 1997년 고시한 청소년유해물건에 일반콘돔이 제외되어 있어 콘돔은 청소년유해물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유해물건 고시에 요철식 특수콘돔, 약물주입 콘돔 등 일부 특수콘돔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근거로 검색을 제한하고 있으나, 명확한 세부기준이 없고, 고시 또한 10년 전에 이루어져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콘돔전문쇼핑몰 고추장갑 한응수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청소년위원회, 정보통신부, 네이버 등에 ‘콘돔’이라는 단어와 콘돔쇼핑몰 ‘고추장갑’의 일반검색이 가능하도록 요구하는 민원을 제출하였으나, 청소년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네이버의 경우 콘돔전문쇼핑몰의 일반검색이 불가능하다는 내부기준에도 불구하고 클릭당 광고료를 징수하는 스폰서링크 광고로는 콘돔쇼핑몰의 일반검색 노출을 허용하고 있어, 원칙 없는 과도한 상업주의로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의 이런 현실과 달리 중국은 2006년 3월 1일부터 에이즈 예방ㆍ치료 조례를 시행하였으며, 콘돔과 관련해서는 베이징의 모든 대학 학생기숙사 입구에 콘돔 자동판매기 설치 등 광범위한 콘돔 사용 권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중학생 6시간, 고등학생은 4시간의 에이즈 예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는 등 미성년자에 대한 에이즈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지상최대의 불치병 에이즈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에이즈감염자가 4,000명에 육박하는 한국이 ‘콘돔’을 인터넷 금칙어로 지정한 현실은 에이즈예방에 대한 정부당국의 의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