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서울시장(?)'-'강금실 경기지사’(?)

열린우리당, 한나라 허 찌를 수도

2006-03-17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매일일보=곽호성 기자] 열린우리당의 투톱이 확정되었다. 열린우리당의 투톱은 강금실 전 장관과 진대제 전 장관으로 두 선수는 일찍부터 뛰어난 골 결정력을 인정받아 이전부터 열린우리당의 집요한 영입제안을 받아왔다. 골 가뭄에 허덕이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강금실-진대제 두 선수의 영입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

이런 와중에 강금실-진대제 두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이 사실상 확정되어 열린우리당의 기세는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배수진을 친 정동영 감독(?)의 어깨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 안팎 ‘서울-광주만 잡으면 이긴 것’

당초 많은 이들은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지목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기세가 서서히 오르면서 지방선거가 그리 싱겁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이해찬 전 총리 문제나 최근 터진 ‘사할린 동포 당비 논란’이 열린우리당의 발목을 잡고 있고 본질적으로 경제난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관계로 열린우리당이 힘든 게임을 치를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지만 그래도 열린우리당이 강금실-진대제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고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만 전개하면 의외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과 광주광역시장만 잡으면 이번 지방선거는 이긴 것’이라는 자평이 우세하다. 한마디로 워낙 힘든 여건 속에서 ‘서울시장-광주광역시장’을 가져오면 이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곧 뒤집어 말하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절대 서울시장을 뺏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장은 그 위상 때문에 매우 상징성이 크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열린우리당 측으로 넘어가면 곧 민심이 아직 한나라당 편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 진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반면 서울시장을 열린우리당이 찾아오지 못하면 열린우리당은 다시 한번 내홍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이 의례 그러하듯 부진이 심화되면 내분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진대제-강금실 경선(?)

그래서 서울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쟁이 뜨겁다. 한편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진대제 장관과 강금실 전 장관의 경선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진 장관이 서울시장을 강력히 요구중’이며 ‘교통정리가 안되면 당내 경선이 불가피하다’라고 열린우리당 내 관계자가 이야기한 것으로 나와있다.

물론 이 경우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대형 이벤트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진대제 전 장관이나 강금실 전 장관의 경우 둘 중 한 사람이 경선에서 패배하면 다른 지역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측이 진대제-강금실 경선 카드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

선수층(?)이 얇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진대제 장관과 강금실 전 장관을 어떻게든 교통정리해서 한 사람은 서울시장으로, 다른 한 사람은 경기지사로 내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대강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서울시장은 진대제 장관이, 경기도 지사는 오히려 강금실 전 장관이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진대제 장관은 예전부터 서울시장을 원한다고 본인이 강력하게 주장해왔었고 이런 것이 언론에 일찍부터 알려져 왔었다. 이런 관계로 진 전 장관을 경기도 지사로 내세우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내세워봐야 ‘본인이 서울시장을 원한다고 강조하다 왜 경기도 지사로 나왔느냐’는 상대 후보 측의 공격에 노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 전 장관이 기습적으로 경기도지사 출마 뜻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진대제 전 장관이 서울시장을 원하는 이유는?

한편 진대제 장관이 서울시장을 강력히 원하는 이유로는 이런 것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① 진대제 장관과 김문수 의원 측이 경북중 동기로 절친한 친구관계라 는 것. 그래서 우정 상 경쟁을 벌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이다.

②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 때문이다. 진 장관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 우 세한 농촌지역이 많은 경기도보다 서울시장 도전이 더 당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을 전망이란 분석이다.

그렇다면 강 전 장관은 경기도 지사로 나설 수 있을까. 강 전 장관의 인지도 정도라면 경기도 지사 후보로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오히려 강 전 장관이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선다면 한나라당과 김문수 의원 측은 크게 긴장해야 할 판이다.

경기도의 농촌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의 당연한 우세가 예상되지만 수도권 대도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압승을 견제하려는 비 영남 유권자들의 심리가 강금실 전 장관의 경기도 지사 출마로 자극되면 반 한나라 세력이 강금실 전 장관에게 표 몰아주기를 시도할 것이 뻔하고 이는 곧 김문수 의원의 고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진-강 두 사람이 워낙 유명한 데다 ‘열린우리당’ 색채가 옅은 편이어서 열린우리당 기존 지지층 외에 부동층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진-강 두 사람이 ‘무능당’으로 지목당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해 줄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바라는 인물 중심의 대결구도를 지방선거에서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또 한편 진 장관이 서울, 강 전 장관이 경기에서 나올 경우 ‘지방권력의 세대교체’ 성격도 더욱 강해진다. 젊고 참신한 전문가들이 지방행정을 주도한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진 전 장관이나 강 전 장관 모두 이미지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진대제 기습’오면 한나라 어떻게 대응할까

당장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군의 경우 서울시장으로 여권에서 강금실 전 장관이 나온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대제 장관이 나올 경우에는 전략의 대폭적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진대제 장관의 경우 강 전 장관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영남이 고향인 남성이고 흔히 한나라당 측이 열린우리당을 공격할 때 즐겨 사용하는 ‘좌파 색’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한나라당 후보들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군다나 한나라당의 유력후보 3인인 맹형규-홍준표-박진 의원의 경우 전반적으로 직업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진대제 장관은 이공계 전문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시 경영자’로 더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서울시민들이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 외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한나라당 측이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전여옥 의원 치매 발언 논란으로 호남표가 결집될 수 있다는 점

② 이명박 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 각종 돌출발언 등으로 반 이명박 세 력이 결집될 수 있다는 점

③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 유력후보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점

대략 이런 점들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떤 전략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임할까. 한나라당은 누가 후보로 정해지던 당 대 당 전략으로 임할 게 뻔하다. 이는 경기도 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원래 지방선거는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낮고 기성세대의 투표율이 높은 까닭에 현 정권에 불만가진 기성세대들을 자극하면 한나라당이 비교적 문안하게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발상에는 함정도 있다.

한나라, 투표관행만 믿다 망할 수도

정치권 주변 인사들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는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것과 기성세대들은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편이란 사실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런 지적은 설득력이 높다. 앞서 언급한대로 진 장관이나 강 전 장관은 모두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 측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더군다나 진 장관은 영남 출신이고 삼성 출신이란 든든한 배경이 있다. 좌파가 어떻고 하는 한나라당 식 공격이 아예 먹혀 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당 대 당 전략도 한나라당 주변에 악재가 적어야 가능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은 최연희 성추행 사건을 시작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 최근 한나라당과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도 하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빅 3’ 가운데 하나라도 빼앗기면 한나라당은 내홍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박근혜 대표 같은 경우에는 대선후보 자리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현재 박 대표는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당 안팎에서 받고 있는 처지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판이다. 그리고 사실 호남지역 같은 경우 민주당에게 내줘도 상관없다. 어차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다음 대선에서 반 한나라 세력 연합이라는 기치 아래 다시 모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동영 당 의장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물론 정 의장 역시 손해 볼 것이 없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워낙 어려운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 의장이 당당히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악조건을 감수하고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줄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공산이 높다. 정 의장 측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깨끗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정 의장의 지지층 확대와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을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 걱정은 쌓여가고

흔히 나오는 속담 가운데 ‘매 맞은 자는 발 뻗고 편히 자도 때린 자는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재미있게도 이 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관계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잃을 것 없는 열린우리당은 앞만 보고 뛸 일만 남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 내 악재와 당 밖의 비판, 열린우리당의 추격에 고심하고 있는 처지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 이명박 시장은 황제 테니스 논란 때문에, 박근혜 대표는 리더십 불안에 대한 당 안팎의 불만과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때문에, 손학규 지사는 역시 바닥을 헤매는 지지율 때문에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내 주요 대선주자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지방선거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