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열린 채용? 말 뿐인 희망고문”

서류 접수 문은 활짝...실제 채용은 ‘고스펙 상향 평준화’

2016-08-2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권 하반기 채용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열린 채용'이라는 사측의 기조가 사실상 허울뿐인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길게는 10년 전부터, 짧게는 최근 5년 내외의 시차를 두고 이른바 열린 채용 방식으로 신입 행원 모집에 나서왔다.일반적으로 열린 채용은 해당 기업에 지원할 자격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나이, 성별, 학벌, 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인 외국어 성적 등의 외적 조건으로 지원자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대신, 그 사람이 실제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임을 어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현재 농협은행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2012년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하면서 별로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 이후로 꾸준히 열린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일반직군인 L1사원을 모집할 때 토익 점수에 대한 공식적인 컷트라인 마저 없앴다.기업은행의 경우 지방대 졸업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5년부터 지역할당제를 실시했으며, 2013년 하반기 공고부터는 자기 PR제도의 비중을 높여왔다. 그 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역시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청년 실업난 해소를 강조하는 한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 맞춰 이 같은 자사의 채용 기조를 자연스럽게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그러나 현직 종사자들과 취업 준비생들은 이 모든 것이 사실상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결코 ‘장그래’가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실제 은행들은 열린 채용을 통해 그간 소외되어 온 ‘나이가 많고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원자들이 얼마나 채용됐는지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이에 대해 일부 은행은 “뽑을 때 신경 쓰지 않았으므로, 뽑은 이후에도 이것을 통계로 내며 신경 쓰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에 밝히지 않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직에 종사하거나 입행에 성공한 사람들의 말은 이와 다르다.학력이 낮아도 지원할 수 있지만, 실제 이력서에는 학력과 학점을 입력하는 폼이 여전히 남아있고, 전공 무관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가산점을 받을만한 자격증은 여전히 특정 학과에서 주로 취득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는 등, 커트라인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비밀이지만 당연히 은행이 원하는 인재상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어떤 기준은 사실 명확하다고도 볼 수 있다”며 “최근에는 인문학적 소양이나 영업력 강화 기조에 맞춘 비롯한 몇 가지 검토 사항이 오히려 더 추가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나이에 대한 커트라인 역시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고내용은 나이제한 없이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었지만, 실제 연수원에서 만난 합격자들의 나이는 거기서 거기였다는 것이다.최근 몇 년 사이 모 은행에 입행한 한 직원은 “시기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남자의 경우 28세 전후로 커트라인이 딱 정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또 다른 시중 은행 관계자는 “열린 채용이라고 하지만 학벌을 비롯한 전반적 스펙은 오히려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며 “뭔가 하나의 스펙이 ‘빠지는’ 상황일 경우 이 부분을 덮을만한 상당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사실 또 다른 형태의 스펙으로 충족된다”고 말했다. 지원하는건 자유지만 붙는 건 매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취업 준비생들을 희망고문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한 취업 준비생은 “원하는 은행의 채용공고나 관련 기사들을 찾다보면 ‘탈스펙’이나 ‘열린 채용’ 등이 강조되고 있는데, 실제로 최종 합격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스펙’을 보면 그런 경향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며 “최근에는 인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강조 하던데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결국 인성도 좋았던 것인지 의구심이 들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