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빚 탕감’…주빌리은행 출범

이재명 성남시장·유종일 KDI 교수 '공동 은행장'

2015-08-2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가 된 서민들의 빚을 갚아주는 은행이 생겼다.사단법인 희망살림은 27일 오전 서울시 시민청에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은행’을 구호로 내건 ‘주빌리은행’ 출범식을 열었다.이 은행은 2012년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주빌리은행은 암암리에 사고 팔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 은행장을 맡는다.주빌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리고 나서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그 채권을 손실 처리한 뒤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넘긴다.은행에서 크고 작은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채권은 원금의 1∼10% 수준인 헐값에 팔린다.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인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원금뿐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해 받아낼 수 있다.이 과정에서 채무자들은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협박을 받기도 하며, 추심압박을 못 견딘 채무자들이 다른 빚으로 이를 돌려막기 하다 빚더미에 올라앉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현재 우리나라의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명, 장기연체자는 114만명, 대부업체로부터 추심받는 채무자는 111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주빌리은행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채무자들의 채무는 과감히 탕감해줄 것이고, 최대 93%까지 부채 원금을 감면해 줄 것”이라며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이 자유로워지도록 상담하고 교육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은행 설립을 추진한 희망살림은 이미 7차례에 걸쳐 생계형 채무자 792명의 채권 51억원어치를 매입해 이미 소각했다고 밝혔다.이날 출범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상으로 축사하는 등 정치권 인사들도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