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숨겨진 해외소득서 4조원대 세원 기대
경제규모 비슷한 호주 5천억원 징수해
2016-09-01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가 미신고 해외소득이나 불법 외환거래에 대해 자진신고 및 납부 기회를 주는 이유는 세원확보가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정부가 기대하는 추가 세원은 최대 4조원 정도에 달한다. 특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점은 상당한 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세무조사 및 검찰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역외소득을 양성화해 세원을 강화하고, (탈세혐의를) 이번에 털고 앞으로 성실하게 신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제도는 국회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의한 ‘역외탈세방지특별법안’ 중 자진신고 내용을 지난해 세법개정 때 국제조세조정법에 수정해 반영하면서 실시하게 됐다.앞으로 역외탈세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되 한시적으로 역외세원을 양성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가 인식을 같이했다.‘증세없는 복지’를 내건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마련은 지상과제였다.가뜩이나 세수 결손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한 시기였다.문제는 입법의 실효성인데,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화협정을 통해 내국인 및 내국법인의 해외 금융계좌정보를 얻게 될 수 있는 점이 동력으로 작용했다.그동안 확보하기 어려웠던 해외 금융계좌정보를 통해 탈세 혐의자들을 추려낼 수 있게 된 셈이다.미국으로부터는 2016년부터, 영국과 영국령인 케이만군도 및 버진아일랜드 등 50개국으로부터는 2017년부터 전년의 금융계좌정보를 얻을 수 있다.더구나 정부가 자진신고 기간 내 미신고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및 검찰수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점도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탈세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문 실장은 “앞으로 다자간 정보교환을 통해 상당한 정보가 오갈 경우 (탈세자들이) 조사받을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말했다.이미 해당 제도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15개국에서 실시돼 상당한 역외세원 확보 효과를 거뒀다.정부가 새로운 제도 시행에 앞서 ‘면책 카드’ 등을 꺼내 한시적인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1993년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실명전환한 금융재산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고 2006년에는 재무제표를 실질에 맞게 수정한 법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형사관용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정부는 이번 자진신고로 상당한 세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역외은닉 소득 규모가 불확실해 세수 증대 효과의 전망치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다만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예를 들며 세수 증대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호주는 2014년부터 자진신고제를 시행했는데 총 6억호주달러(한화 약 5000억원) 정도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거꾸로 계산해보면 은닉돼 있다가 드러난 소득은 4조원 정도에 달한다.더구나 내년 한 해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드러난 세원의 추가적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거둬들이는 장기적인 효과도 낳을 수 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일 관련 담화문에서 “더 이상의 자기 시정 기회와 관용은 없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납세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실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