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막걸리시장 진출 ‘기대반 우려반’

2010-03-29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농심이 막걸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막걸리 시장이 급속도로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농심 역시 신성장동력원을 찾고 있던 중 막걸리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주류업계에서는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을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는 긍정과 과대 경쟁 유발, 중소형 막걸리업체들의 줄도산등을 우려하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심, ‘주류 도매업’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하면서 막걸리 시장 진출 가시화
일각, 시장 발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과대경쟁 유발등 우려의 목소리도
 

농심은 지난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특정 주류도매업’을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했다. 이로써 항간에 떠돌던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설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농심의 막걸리 진출 배경

농심이 막걸리 시장에 진출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북제주군 교래리 마을주민들이 마을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삼다수마을막걸리’(가칭)을 만들어보겠다며, 농심에게 유통과 판매를 맡아달라고 사업제안을 해오면서 비롯됐다. 주민들이 농심에게 사업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농심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제주삼다수’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제주삼다수’는 농심의 안정적인 유통‧판매전략에 힘입어 출시 6개월 만에 우리나라 먹는샘물 페트병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점이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업제안을 받은 농심도 최근 신성장동력원을 찾던 중 주민들의 제안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막걸리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오는 2012년에는 1조원대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농심은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 이번 주총에서 사업목적으로 신규 추가하게 된 것이다. 

주류업계의 엇갈린 반응

하지만, 주류업계에서는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을 두고서 긍정과 부정의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심의 진출로 우리나라 고유의 술인 막걸리가 세계적인 주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막걸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서울장수생막걸리’를 판매하는 ‘서울탁주제조협회’와 ‘국순당’이 양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농심이 과연 이 양대 산맥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성공하리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농심의 시장 진출로 인해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줄을 잇게 된다면, 기존 중소형 막걸리 업체들의 설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막걸리 시장규모는 지난 2008년 3000억원에서 출발해 2009년 4200억원, 2010년 5500억원, 2011년 75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오는 2012년에는 대망의 1조원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증가규모는 연평균 35.1%의 신장세다. 이와 달리 지난 2000년 992개였던 막걸리 면허업체는 2003년에는 888개, 2005년 813개, 2008년 780개 등 해가 갈수록 그 수치가 감소하면서, 2009년 11월 현재 533개사만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볼 때, 막걸리 시장은 이미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업체들로 인해 과다경쟁이 유발되고 있으며, 과포화 상태로 인한 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막걸리 시장에 농심이라는 대기업이 진출한다고하니,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고민에 빠진 농심

이 같은 업계 일각의 우려 때문일까. 농심 역시 막걸리 시장 진출을 놓고 짐짓 고민에 빠져있다. 농심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만일 농심이 막걸리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전국 단위일 텐데, 이렇게 되면 생산과 유통 그리고 브랜드명 등과 함께 업계 실정까지 종합적이고도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야한다”며 “현재, 시장 진출이 확정됐다기보다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농심은 지난 19일 주총에서 손욱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이상윤 농심홀딩스 대표(부회장)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농심측은 이번 인사배경에 대해 “올해 매출 2조원 시대를 열며 장수식품기업의 위상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영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신임 대표가 가장 먼저 맡게 될 사업이 ‘막걸리 사업’이 아닌가”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