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일진그룹의 용인 덕성리 골프장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가 골프장 개발업체인 계열사 일진레저(주)에 대규모 농지 및 임야를 증여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해 말 허진규(71) 회장과 둘째딸 승은(43)씨는 일진레저에 대규모 임야 및 농지를 증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진 오너 일가 지난해 말 일진레저에 대규모 농지 증여하는 과정에서 의혹 제기
일각, “증여세 부담 덜고 향후 개발이익에 따른 일석이조 효과거두기 위한 노림수” 지적
지난해 12월 30일,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과 둘째딸 승은씨는 계열사 일진레저(주)에 90만㎡(허진규 회장 소유 임야 86만㎡, 허승은씨 보유 농지 11만㎡ 중 4만㎡)를 증여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진 오너 일가, 의문의 증여
일단 농지법상 농지(전, 답, 과수원)는 상법상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이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임야는 영리법인이 소유할 수 있음), 승은씨가 소유한 덕성리 일대 농지 11만㎡ 중 4만㎡를 영리법인인 일진레저에 증여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영리법인이 농지를 소유하려면 지목변경등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 지목변경없이 증여가 이뤄져 의문을 사고 있다. 나아가 승은씨가 소유한 농지가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로 영리법인에 증여를 하려면 주무관청(처인구청)의 허가를 요하는데, 이미 증여가 이뤄졌다는 것은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셈이 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매일일보>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영리법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일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난 곳이라면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증여를 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이전에 영리법인은 증여 받은 농지를 지목변경등이 선행되어야만이 등기가 가능하다고”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승은씨가 일진레저에 증여한 농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아무런 변경없이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있다. 농림수산부 관계자 역시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개인이 소유한 농지를 영리법인에 증여할 시에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요하는데, 이때 매수자의 자격요건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 증여 허가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일진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수차례 전화통화에서 “결손회사(일진레저)를 살리기 위해 증여를 하게 됐으며, 처인구청의 허가를 받아 증여 하게 됐다”며 “법대로 했을 뿐”이라고 형식적인 답변을 할 뿐, 그 이상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려했다.
일각에서는 일진이 해명한 결손회사를 살리는 것과 대체 증여를 한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지 의아해 한다.실제로 일진레저의 기업신용등급(CRI)은 'CCC(열위 수준)'로 재무건정성이 매우 열악해져 있는 상태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일진레저가 이렇게 신용등급이 낮게 평가되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그도 그럴 것이 일진레저의 채무를 일진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일진 계열사들이 모두 갚은 상태이고, 더욱이 일진레저가 소유한 평택 땅을 최근 일진디스플레이가 210억원에 사들였기 때문에 재무건정성이 안정화돼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 주머니 채우기 위한 골프장 개발 사업
따라서 결손회사를 살리기 위해 증여를 하게 됐다는 일진 홍보실 관계자의 답변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결손회사를 살리기 위해 증여를 했다는 말은 핑계일 뿐, 오너 일가들이 세금 문제 때문에 증여를 한 것으로 분석한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자가 내게 되게 되는데, 허진규 회장과 승은씨는 일진레저에 농지 및 임야를 증여함으로써 개인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될뿐더러, 향후 증여한 비율만큼 일진레저의 골프장 개발이익을 가지게 돼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진의 골프장 개발은 순전히 오너 일가들의 주머니속을 채우기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골프장 개발을 통해 오너 일가들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는 수익은 수 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대개 골프장은 한 홀당 20억~30억원대 이익을 내는 것으로 보는데, 18홀이라면 어림잡아도 500억원대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되며, 앞서 일진레저가 일진디스플레이에 평택 땅을 210억원에 매각한 것 역시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것이란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