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경영구조 탈피, 선진 경영 실천해야”

최 “검사, 판사 스카우트 하지 말고 뛰어난 경영학자 기용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야

2007-03-17     곽혜진 기자
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인터뷰(4)-본지 독자 최언조(64세)씨

[매일일보=곽혜진 기자]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폭로 이후 돌연 해외에 출국해 행적이 묘연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5개월여 만인 지난 2월 6일 전격 귀국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아울러 8천억원을 사회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단순히‘여론 잠재우기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금산분리’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이 회장 일가의 핵심문제로 지목돼온 경영권 승계를 위한‘지배구조’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더불어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비판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여전히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삼성의 노동자들이 삼성의 협박과 회유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국내최고 기업, 세계초일류 기업 이면에 가려진 또 다른 삼성의 얼굴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으로 남아 삼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의 8천억원 사회환원 발표와 강도 높은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매일일보>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통해서 삼성과 이 회장 일가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인터뷰>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본지는 독자 최언조(64세)씨를 100인 릴레이인터뷰의 네 번째 초대손님으로 선정해 지난 15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전문>

▲ 삼성 8천억원 사회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에서 고심한 결과이다. 삼성은 기업으로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과거 사카린 밀수 사건이 증명하지 않는가. 특히나 삼성은 이병철 사장 때부터 노조를 인정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노조가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 노동 구조는 선진국과 다르다. 참 문제가 많다.
증권가에서 삼성의 주식이 시가로 200조가 될 것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 재정을 삼성이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은 X파일과 금산법이 잇달아 터지면서 궁지에 몰려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이 초래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삼성은 오만한 회사이다. 삼성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기 때문에 악법이 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부자였다면 “악법은 합법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삼성 역시 불법을 합법처럼 하는 능력이 있다.
삼성은 위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단 경영자가 기업가 정신을 바르게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다. 사회에 환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우쳐야한다.
빌게이츠를 봐라. 가장 부자이면서 가장 사회 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는가.
삼성은 이제 와서 생색내기를 하려한다. 이젠 더 이상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졸부정신, 검찰이나 검사 판사들 스카우트할 것이 아니라 뛰어난 경영학자들을 기용하여 세계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삼성이 한국에 끼친 긍정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또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지적한다면?
-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혁명과 더불어 한국의 재벌들은 커나갔다. 삼성 또한 그렇다. 삼성 같은 재벌이 국가발전에 기여도 상당히 했다고 본다.
다만 발전을 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혹사당했냐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선 지금 사회 환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100석의 쌀을 모았다면 1석은 기부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사회 환원이 이번 8천억 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

▲ 삼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면?
제왕적 경영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모범적이 선진국의 경영의 배우기 바란다.

▲ 이 회장의 후계자 이재용을 어떻게 보나?
- 이병철 경영을 좇은 이건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재용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아버지) 이건희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이재용은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했다. 능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에게 한계는 있는 것 같다.

▲ 삼성의 법조계 인사를 대거 채용하고 있는데?
- 시민연대가 삼성에게 제일 불만을 터트리는 것이 지배구조이다. (삼성은) 이런 것을 막기 위해 법조계와 유착을 하는 것이다. 삼성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가 힘든 가장 큰 법률팀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 X파일 파문 이후 검찰은 이건희 회장을 소환한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소환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소환 여부에 대한 생각은?
- 신사참배를 두고 고이즈미는 “전쟁 이후 많은 일본인들이 죽어 그 혼을 기리기 위함”이라 하고 우리나라는 “일본 군국주의를 부활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검찰도 이건희에 대한 잣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제는 소환 여부를 떠나 삼성 스스로가 말만 앞세우지 말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검찰에 소환돼 간다고 해도 삼성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해결 될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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