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조 시장 두고 집안싸움 ‘불꽃 점화’

노다지 밭, 깃발 먼저 꽂는 자가 임자

2010-03-29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이 드디어 상조업계에 진출한다. 지난해부터 삼성은 주력계열사 삼성카드를 앞세워 상조업계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엔 삼성의 보안계열사인 에스원이 ‘분묘 분양 및 장례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신규 추가하면서 상조업계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게 들린다. 혹여 상조업계 진출을 놓고 삼성 계열사끼리의 집안싸움으로 비화되지 않을까해서다.

삼성에스원, 헬스케어 사업하면서 상조업계 진출도…‘일거양득’ 속셈
시장 진출 고민만 해오던 삼성카드, 형제기업에 선수 빼앗겨 ‘속상’
 

최근 삼성의 보안전문업체인 에스원이 상조업계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스원은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분묘 분양 및 장례서비스업’등을 사업 목적에 신규 추가했다. 

삼성에스원, 상조업계 진출 속내

사실 에스원의 상조업계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26일 창립 32주년을 맞아 에스원은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건강, 환경, 에너지를 3대 축으로 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밝혔다. 이 중 건강 부문에서 시장 잠재력이 큰 헬스케어 사업과 접목시킨 상조업계 진출도 예상됐었다. 이에 대해 에스원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하다보면 고객들 중에 장례에 대한 문의가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한 요구도 있을 수 있다”며 “이에 착안해 다양한 고객들의 수요에도 원스톱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관에 등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아직 장례 사업의 경우엔 다른 신규 사업과 달리 방향이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현재로선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하지만 업계에서는 에스원의 상조업계 진출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희 에스원 사장은 지난해 말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시장 잠재력이 큰 헬스케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건강관리에서부터 장례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또 에스원이 삼성그룹 임직원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삼성병원과 연계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삼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력계열사인 삼성카드를 앞세워 상조업계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에스원의 상조업계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혹여 삼성 계열사끼리의 집안싸움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에스원과 삼성카드는 집안싸움이 예상됨에도 불구, 상조업계에 뛰어들려는 것일까. 이유는 장례 시장은 그야말로 노다지 시장이기 때문. 연간 규모가 6조원 대에 이르는 매머드급 시장으로 성장한 장례 시장은 앞으로도 더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장례 시장이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한 것과 비례해 각종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만하면 누구나 상조업을 할 수 있어, 국내 시장에만 무려 400여개의 중소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태이다.이 때문에 지난해 말 상조업법(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한 기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또 자본금 3억원 이상, 고객 회비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해야하는 등 자격 요건을 보다 강화했다. 할부거래법은 올 9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현재 난립해 있는 시장질서가 어느 정도 바로 잡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틈새를 비집고 두산을 비롯한 롯데, 대우조선해양, 삼성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상조업계 진출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어 우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 보험사들의 경우엔 더욱 상조업계 진출이 쉽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의 상조업체와 연계한 보험 판매등을 통해 일정부분 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기업간 밥그릇 싸움 불가피

이는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카드를 앞세워 상조업계 진출을 검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카드는 신한카드에 이어 카드업계 2위로, 보유 회원 수만 920만명에 이를뿐더러, 이를 바탕으로 에스원과 마찬가지로 삼성병원과 연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섣불리 시장 진출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대우조선해양의 선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장례시장 진출을 시도하려 했으나 사업을 추진하던 중 임원이 뇌물 혐의로 구속됐고, 업계의 반발도 극심해 지금은 사업 진출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이 때문에 삼성카드는 언제 시장 진출할 것인지 고민했고, 이런 와중에 형제기업인 에스원이 먼저 선수를 쳤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카드와 에스원이 상조업계에 동시에 진출하게 된다면 불가피하게 사업 영역이 겹치게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결국 같은 집안끼리의 밥그릇 쟁탈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삼성카드와 에스원 두 곳이 상조업계에 진출해 영토 싸움을 벌일게 아니라, 같이 손잡고 동반 진출도 모색하는 것도 조언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한편,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는 2005년 219건에서 2009년 2446건으로 10배 넘게 늘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조 시장에 최근 삼성을 필두로 한 대기업들의 진출이 예상되면서  불만으로 점철된 상조 서비스에 양질의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