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대출 혜택 68%가 대기업에 쏠려”

외화대출 비중 ‘대기업 95% vs 중소기업 5%’

2016-09-1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부의 외화대출이 설비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애초 의도와 달리 대기업의 일상적 운영자금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기획재정부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이용해 기업들에 128억4000만달러(15조2000억원)의 외화대출을 해줬다.이 가운데 86억7000만달러(67.5%)는 원자재 수입 등 기업들의 일상적 운영자금 용도로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시설재 수입을 위한 대출은 19억7000만달러(15.3%)였고, 해외 수주를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용도 대출은 22억달러(17.2%)였다.정부가 지난해 5월 외평기금을 이용한 외화대출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기업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해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재 수입과 해외 건설·플랜트사업 수주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였다.설비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기업별로는 대기업이 외화대출 총액의 94.6%(121억4000만달러)를 대출해갔고, 중소기업 비중은 5.4%(6억9000만달러)에 그치는 등 대기업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기업 한 곳이 시중은행 두 곳에서 동시에 외화대출을 중복 지원받는 사례도 나타났다.박 의원에 따르면 타이어 회사인 N사는 지난해 8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을 통해 각각 4000만달러의 외화대출을 받았다.박 의원은 “한 개의 기업이 두 개 이상의 은행을 통해 중복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위주 대출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 의원은 “외평기금 대출의 94.6%가 대기업에 지원된 점과 외평기금 운용금리보다 외화대출 금리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민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외환 국방비’를 역마진까지 내며 대기업 운영자금으로 지원한 셈”이라고 지적했다.한편 외화대출 자금 조달원인 외평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전체 국가채무의 34.9%를 차지했다. 1997년 국가 채무의 0.6%에 불과했던 외평채 비중은 2004년 25%, 2007년 30%, 2011년 33%로 높아졌고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34.5%, 34.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