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을 빌려 드립니다~”

엄마부터 애인까지 가짜 같은 진짜

2006-03-24     김호준 기자
‘원하면 다해드립니다’…‘진짜 같은 가짜 서비스’

[매일일보=김호준 기자] 한때 결혼식하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행서비스가 현재는 그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쁜 엄마들을 대신해서 아이들의 학교행사에 함께 가줄 엄마대행에서부터 바쁜 직장인을 대신해 쇼핑을 해주는 구매대행까지 사회가 변모함에 따라 새로운 대행분야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달 22일 첫방송을 탄 SBS드라마 ‘불량가족’은 이런 대행업을 소재로 이야기가 꾸며가고 있을 정도로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이색적인 역할대행의 세계를 매일일보에서 들여 다 보았다.

회사원 양모(33)씨는 최근 인터넷대행 업체로부터 애인도우미를 구했다.

혼기가 찬 나이에 집에서 부모님은 말할 것 없이 할아버지까지 가세한 결혼압박 때문이었다.

애인도우미를 집안 저녁식사에 초대해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인사를 시켰고 그녀는 진짜 애인처럼 행동하면서 집안일을 도왔다.

양씨가 도우미에게 지불한 돈은 15만원이었다.

양씨는 도우미 덕분에 한동안 집안 어른들의 성화를 잠재울 수 있어서 유용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박모(29)씨 또한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애인도우미 서비스를 받았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끈질기게 재결합을 요구하며 스토커 수준에 이르러서 박씨는 애인도우미와 함께 전 남자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단념시켰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대행서비스도 등장했다. 중요한 외국 바이어나 중요한 업체 브리핑 자리에 보다 전문적이고 언변이 좋은 대행인을 구해 사업을 하는 것이다.

브리핑에 자신 없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서비스라는 게 업체설명이다.

또한 심지어 야외촬영 친구 대행도 있다.

5월에 결혼하는 예비신부 김모(27)씨는 친구들이 전부 회사원이라 야외촬영을 같이 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대행서비스의 야외촬영 친구도우미를 고용해 야외촬영에 필요한 잔심부름 걱정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김씨가 지불한 돈은 10만원 이었지만 아주 편리하게 촬영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부업과 용돈벌이로 안성맞춤?

이처럼 나날이 대행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4년 말에 문을 연 국내 최대 대행업체인 ‘니드온’ 김희중 실장에 따르면 대행인들의 연령 대는 10대에서 7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등록되어 있고 학생에서 직장인, 주부, 전문직을 하는 사람들, 취업준비중인 사람, 현재 일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하게 등록 되어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 만해도 3400여명에 이르러 대행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김희중 실장은 “주 이용고객은 대부분 개인적 사정이 있으신 분들이 찾는다.

하객대행의 경우, 혼자 자란 분들이 주로 찾으시며, 아니면 외국에서 오신 분들.. 아니면 집안과 연을 끊고 사시는 분들, 늦게 결혼하여 실질적으로 자기 결혼식에 참석지 못하는 경우, 지방에서 결혼식을 하는 경우 주의 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혼식을 하는 지역의 대행인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또, “애인대행은 주로 집안에서 결혼 성화가 심한 경우나, 회사모임이나 동창 모임의 경우 의뢰를 하시며, 1:1 만남의 경우에도 외국 유학을 다녀와 주위에 친구가 없는 경우 말벗이나, 공연관람, 식사나 대화를 위해 의뢰를 한다.”

“부모대행의 경우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유치원이나 학교 행사가 있을 경우 참석치 못할 때 자녀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의뢰를 하며, 결혼식 부모대행의 경우 상대방 친척에게 보여주기 위해 부모대행을 의뢰하시며, 다른 경우는 상대방과 결혼 생각이 없거나 상대에서 요구할 경우 의뢰를 한다.”고 전했다.

하루 이용 고객은 평균 본사에서만 평균적으로 3건 정도 한다고 한다.

이곳의 이용료는 애인대행 15~25만원, 부모대행 8~20만원, 결혼식 하객 4만원, 신부도우미8만원, 결혼식사회자 8만원, 식당관리 도우미 7만원, 야외촬영 친구 10만원, 축가, 연주 7~45만원, 가사대행 5~15만원, 자녀대행 8~20만원, 구매대행 5~15만원, 비즈니스 5~15만원, 대화상담 10만원이라고 한다. 대행자(도우미)들의 수입은 위 금액의 절반정도 수준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애인대행-성매매 변질 우려

‘니드온’ 처럼 대행 전문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 업체만 15개 정도에 이른다고 하니 과히 ‘대행 신드롬’이라 할만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대행서비스의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별 할 때 필요한 애인을 빌려주고, 동창모임에 함께 갈 애인을 빌려주는 애인대행. 영화보고 식사하며 애인행세 몇 시간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보니 손쉽게 돈을 벌려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알바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애인대행을 빌미로 성매매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애인대행 가격은 대략 하루 20만원 안팎, 시간당 계산할 경우 2-5만원 정도로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고소득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원이 보장되지 않는 낯선 사람을 혼자서 만나야 한다는 점은 위험천만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남성들이 애인도우미를 아예 윤락녀 취급하거나 헤픈 여자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실 예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애인대행 서비스의 경우 남녀가 만나 하루 애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술을 먹고 하룻밤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 를 내기 때문에 자칫 남성은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남성들의 지갑이나 소지품을 훔쳐서 달아나는 경우도 있고 남성들은 “차를 빼 오겠다”거나 “화장실 갔다 오겠다”며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달아나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니드온’ 의 김희중 실장은 “애인대행 서비스 같은 경우 대행인들과 고객에게 손을 잡는다던 가 가벼운 스킨쉽의 허용치를 이야기 한다.

고객들이 그날 하루만큼은 진짜 애인처럼 생각이 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때로 대행인에게 과도한 스킨쉽을 요구해 곤란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아직까지는 국내 정서상 애인대행이 성매매로 인식이 되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는 애인대행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해 드리고 정중히 거절하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이런 성적 문제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대행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은 회원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성 매매를 암시하는 회원들의 정보는 확인하는 대로 삭제하고 있지만 “회원들 속마음을 업체가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다.

서로가 만나서 서로 좋아서 돈을 주고받고 성관계를 한다면 어쩌겠는가. 최근엔 윤락녀들이 애인도우미로 대거 나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윤락녀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간의 상업화 우려와 성매매 변질 우려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분명 역할 대행서비스를 반기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진정으로 필요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객들을 위해서 대행업체들이 과연 어떤 서비스들을 더 개발해낼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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