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9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할까
한국 경제, 중국발 신흥국 불안과 겹쳐 불안감 고조
2016-09-1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전 세계의 이목이 이번 주말 결정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인상 시점과 관련해서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만 이달이든 12월이든 올해 안에 미국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인상 후폭풍’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14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회의에서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시간으로는 18일 새벽이다.1994년 2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3.25%로 올렸다. 이후 금리는 6차례 더 올라 불과 1년 만에 연 6.0%까지 급상승했다.상승폭도 문제였지만 한 차례 최대 연 0.75%포인트까지 오르는 등 상승 속도가 빨랐던 탓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미국발 충격은 중남미로 번졌고 아시아까지 퍼지면서 외환위기로 연결됐다.2004년 금리 인상의 경우 그해 6월(연 1.0%)부터 2006년 6월(연 5.25%)까지 2년 동안 연 4.25%포인트 올랐다. 금리 인상 폭은 10년 전과 비슷했지만 인상 속도가 가파르지 않았던 만큼 시장이 받은 충격은 훨씬 덜했다.현재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혹은 10월, 12월로 세부 일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이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46%로 전달의 82%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반면 이코노미스트들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시기의 중앙값은 각각 올해 10월과 내년 3월로 조사됐다.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발 파장이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이번 주에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믿는 전문가들도 많다.또 지난주 뉴욕증시가 상승한 훈풍으로 세계 증시와 원자재 가격 등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연준이 가벼운 마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문제는 시장의 충격이다.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거나 유럽이 내년 9월 이전에 완화정책을 조기에 끝내면 유럽발 ‘긴축발작’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리 인상 때 가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자산은 채권이라면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채권금리가 갑작스럽게 높아지면 채권 값이 폭락하는 ‘금융 사고’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아시아 외환위기가 잉태된 1994년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미국 금리 인상이 1994년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함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물론 현재 상황이 1994년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와 재정 여건, 외화보유액이 과거 위기 때보다 많이 개선된 만큼 신흥국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경우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에서 비롯된 신흥국 불안이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와 겹치면서 ‘복합 충격’으로 발전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최악의 시나리오는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좇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이는 상황이다.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경상수지가 41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는 데다가 37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직 우려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게다가 금융 부문의 외환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간다 해도 다른 신흥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한국의 금리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사정이 확 달라질 수 있다.이미 1130조원대를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저금리 혜택 속에서 수명을 연장해 온 한계기업들은 급격히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보다 상황이 양호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다른 리스크와 맞물려서 특정 신흥국에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중국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한다면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당장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충격보다는 중국을 한번 거쳐서 오는 위기에 흔들릴 가능성을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