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옥죄는 ‘그림자 규제’ 체질개선

‘미준수 이유만으로 제재’ 못하게 명문화

2016-09-17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금융사들이 행정지도 형태의 그림자 규제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이 제재할 수 없게 된다. 감독행정은 반드시 공문으로 전달하도록 하는 등 통제 절차도 신설했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그림자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달부터 시행한다고 17일 발표했다.그림자 규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협력을 바탕으로 특정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는 행정지도를 말한다.그림자 규제는 명시적인 법규는 아니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규제로 인식하므로 금융당국이 이런 규제를 앞으로 가급적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금융당국은 우선 금융사가 행정지도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반영하기로 했다.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등 다른 법규를 포괄적으로 적용해 제재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그동안 통제의 사각지대였던 감독행정은 구두가 아닌 공문으로 금융사에 전달하도록 하고 이 공문의 전결직위를 금감원 팀장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했다.정제되지 않은 구두 지도나 지침을 금감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금감원은 매년 1회 이런 공문을 전수점검한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알리고, 향후 3년간 내부감사 중점 점검사항으로 운영하기로 했다.이달 중에는 행정지도의 효력이나 제재 여부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취합해 연내에 일괄회신하기로 했다.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하는 것을 꺼리자 당국이 일괄취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신상품 개발 등을 하기 전에 금융감독 법규에 위반되는지 사전심사를 청구하면 금융당국이 조치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문서다.금리, 수수료 등 가격과 인사 같은 고유 경영행위에 대한 행정지도 금지 원칙도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반영하기로 했다.금융당국은 이번 개선 방안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옴부즈맨 등 외부기관이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행정지도 운영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금융위·금감원 사전협의와 금융위 사전보고, 금융위 사후 종합보고로 진행하던 절차에서 금융위 사전보고 절차를 없애고 금융위 사후보고 때 시정명령 권한을 추가하기로 했다.금융당국은 그림자 규제 개선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하고 위반자는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