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결혼 ‘에이즈 구멍’

관계부처, 인권과 국민건강 사이에서 갈팡질팡
누구나 차릴 수 있는 결혼알선 업체 ‘검증시급’

2006-03-24     곽혜진 기자
[매일일보= 곽혜진 기자] 한국 남성과 결혼을 앞둔 베트남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 돼 입국이 금지 됐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6~12월동안 혼인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은 베트남 여성 532명 중 69명이 질병보유자인데 이중 1명은 에이즈 보균자이고 또 한명은 검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여성의 비자 발급을 불허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에이즈 감염된 여성의 인권도 존중 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그렇다면 국제결혼 배우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 질 것인갗라고 되묻고 있다.

이에 관계부처도 국제적인 시각과 국내 여론 사이에서 아직 확실한 제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작년 6월 이전 결혼을 위해 국내에 들어온 베트남 여성은 2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작년 하반기에만 에이즈 감염 환자가 2명이나 나왔는데 이미 혼인비자를 발급 받은 여성 중에도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겠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베 국제결혼 과정에서 건강 진단서 제출은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따라서 지정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설사 검사 하지 않는다 해도 불법은 아니다.

대부분은 결혼 알선 업체 스스로가 병원을 지정해 건강 검진을 한다.

베트남 결혼 알선 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알선 업자의 경우에 공신력 없는 병원에 맡기게 된다”며 이때 “검사 과정이 허술 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 검진을 신부 측에서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혼 성사 건수를 높이기 위해 그런 여성조차도 말로만 건강하지 않느냐며 술렁술렁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질병관리당국 관계자는 “건강 검진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강제로 요구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다만 “건강 검진을 반드시 하도록 알선 업체를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권만 옹호하다가 국내 배우자의 건강권은 방치하려 한다”며 “개개인이 일일이 언어도 안 통하는 베트남에서 맞선녀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해야 하는갚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혼 알선 업체는 아무런 조건 없이 신고만 한다면 누구나 차릴 수 있는데 문제가 있다.

현재 800여개의 국제결혼 알선 업체가 있지만 업체 설립에 대한 관련 법규가 없는 것이 실정이다.

그래서 돈 벌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알선 업체를 차리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에 위치한 국제결혼 알선 A업체 대표 유씨는 신부 쪽에 주는 지참금, 신부 선물, 업체에 내는 수수료 등을 정상적으로 지불하면 적어도 6백만 원 정도 든다고 말한다.

유씨는 “베트남 결혼 비용이 심지어 2백만 원대인 곳도 있다”며 “값 싼 비용을 제시하는 일부 업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업체는 결혼 희망자를 모집한 후 한국에서 전화로 베트남 알선 업자에게 한국 남성을 넘기고 더 이상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유씨는 “결혼 진행 절차가 비용을 줄이다 보니 제멋대로 진행시키는데 이번 사건처럼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난립해 있는 업체들 중 문제가 있는 곳은 하루 빨리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문제 조심히 다뤄야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과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라고 한다.

한국국제노동재단에 따르면 가족관계를 대단히 중시한다고 한다.

베트남 부모는 자식을 절대 때리지 않고 일반인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도 중범죄로 처벌한다.

한 예로 베트남의 한 국영기업에서 발생한 체벌사건의 경우 책임자 면직 및 겸임 국회의원직 박탈 등으로 엄중 처벌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 남성에게 구타당하거나 이혼으로 불법체류자가 된 베트남 여성이 많아지면서 베트남 현지에서도 이 같이 곱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번에 베트남 여성의 입국을 불허 한 것도 한?베 결혼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국제 관계를 고려해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분위기다.

인권 단체들의 주장은 일본 등은 에이즈를 이유로 비자발급 제한조치가 없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배우자가 HIV감염인 경우 국내입국을 허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비자 발급 거부에 대해 당연한 인권침해라고 말한다.

“에이즈는 전염되지 않는다. 개인이 가진 질병이고 부부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들은 치료를 하고 성관계 시에는 콘돔을 사용하면 된다”

게다가 그는 “현재 한국인과 혼인하는 여성들은 20대 초반이 가장 많다”며 “아직 성관계를 갖지 않은 어린 여성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언론의 확대 보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베트남 여성의 인권이냐 한국 남성의 건강권인가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아직까지도 관계부처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lake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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