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입구에 '웬 초가집'…"불통 상징"
시청사 현관 앞 초가집·장독 등 설치 '집회 차단'
2016-09-20 박동욱 기자
[매일일보]"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니는 시청사 출입구에 웬 미니 테마공원이…"주말 부산시 주차장쪽 청사 출입구 앞을 지나던 많은 시민들은 현관 입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소한 공사판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었다.부산시는 주말인 19, 20일 이틀에 걸쳐 대리석으로 정비돼 있던 현관 입구 이곳 저곳에 흙을 깔고 전통 초가집 모형과 장독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였다.이틀이 멀다하고 시청 주변에서 벌어지는 집회 또는 1인 시위를 막기 위해 서병수 시장의 지시로 이뤄진 초강수 대책이다.시는 지난 8월초부터 한달여 동안에는 이곳에 수십개의 대형 화분과 사람 키 높이의 국기 게양대 70여개를 설치, 시위 공간의 여지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이같은 시청사 주변의 집회 원천봉쇄 시설물에 대해 시민단체는 시민과 불통의 상징이라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부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12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10일에는 시청 앞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알박기, 국기 가림막 설치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현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이번 공사에 따라 시청 주차장에서 청사 현관을 찾는 시민들은 앞으로 초가집을 둘러 깨진 장독이 흙에 묻혀 있는 펜스를 미로처럼 이리저리 둘러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한 시민은 "지나친 집회 시위문화가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할 문제이지만, 대리석으로 치장된 시청사 건물의 주요 통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통적 풍경을 설치한 부산시의 졸속 행정이 더욱 안타깝다"고 지적했다.현재 부산시청 인근에는 옥외 전광판 위에서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와 지역의 대표 막걸리 브랜드인 '생탁'을 생산하는 부산합동양조의 노조원 2명이 지난 4월16일부터 20일 현재까지 158일째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등 시청 주변에는 연일 갖가지 집회로 시끌시끌한 양상이다.부산시 청사관리 담당자는 이와 관련, "그동안 시위 참가자들이 좁은 입구를 막는 바람에 통행이 불편하고 소음도 지나치다는 민원이 많았다"면서 "노조 측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시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는 만큼 난처한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