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언제 오나

올해로 10년째 2만 달러대 머물러…일본·독일은 5년 걸려

2015-09-2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시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올해는 물론 내년이나 내후년(2017년)까지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2018년에 가서야 3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또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000달러로 지난해의 2만8101달러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외국에서만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게 아니다.LG경제연구원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7100달러, 내년 2만7000달러로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돼야 2017년 3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3만 달러 진입은 2018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경제 전문가들의 이런 예측이 맞다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1∼12년간 2만 달러대에 머물게 된다.미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서기까지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독일과 일본이 각각 5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느린 속도다.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4만 달러 시대를 위한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런 추세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벽을 쉽사리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제성장률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 초중반대로 떨어져 있다.국회 예산정책처와 LG경제연구원은 2.6%, 노무라증권은 2.2%를 예상하고 있다.다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한은 전망치인 2.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소재 한은 본관에서 경제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 부진을 고려해도 일각에서 관측하는 것처럼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이르면 내달 중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국민소득이 떨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미국의 금리인상은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와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지난해에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이 8.0% 늘어나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099.3원에서 지난 21일 현재 1179.2원으로 7.3% 올랐다.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셈이다.경제 연구기관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 평균이 1170원대로 올해의 1130원대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3만∼4만 달러로 도약할 때 민간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했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민간소비 성장세가 미흡한 것도 걸림돌로 지적된다.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경제 외적인 변수가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계소득 증대 방안 등 민간소비를 회복시킬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가계부채 및 주거불안 해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