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펀드, 금융권 ‘새바람’이냐 ‘강제기부’냐

사회지도층 중심으로 펀드 가입 조성에 ‘솔선수범’
“순수 기부 취지가 관제적 성금모금처럼 변질은 금물”

2015-09-23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금융권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 가입 조성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시행 초기 시장 반응은 다소 차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년희망펀드가 금융권의 ‘실적 압박’으로 번져 본연의 취지를 훼손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환 중 하나로 청년희망펀드가 5개 은행을 통해 본격 출시되며 금융권 ‘새바람’의 기대를 갖게 했다.청년희망펀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기부금은 펀드를 운용하는 청년희망재단(가칭)의 청년일자리 사업 지원에 사용된다.  순수 기부이기 때문에 원금과 운용수익을 돌려받지 못하며 기부 금액의 15%, 3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이 펀드는 KEB하나·신한·국민·우리·농협은행 등 5개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지난 21일 KEB하나은행이 상품을 출시했다. 더욱이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KEB하나은행을 통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가입하며 사측 전체도 한껏 고무됐다.황교안 국무총리는 청년희망펀드와 관련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가 이어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지했다. 다만 황 총리는 대기업 기부에 대해선 “대기업이 몇십억 내고, 일자리 창출을 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겠냐”며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의 기부는 안받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박 대통령이 ‘1호 가입’의 물꼬를 틀면서,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청년희망펀드 가입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했다. 앞서 KB·신한·하나금융 등 3대 금융지주는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청년희망펀드 가입 행렬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청년희망펀드에 동참했다.이어 정치권도 가입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약속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금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펀드 기부에) 함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감사드린다”며 “각계각층이 동참하는 큰 물결이 일어나서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년희망펀드 ‘강제 할당’이라는 논란이 일며 벌써부터 우려를 표하고 있다.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은 지난 21일 전 임직원에게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독려하는 단체 메일을 보냈다. 이에 따라 KEB하나은행 일부 영업점에서는 1인당 1좌(1만원 이상)에 더해 가족 명의까지 동원해 펀드에 가입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KEB하나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익신탁 출시와 관련해 청년일자리 창출 지원이라는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먼저 참여해 통합은행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의미로 안내 메일을 발송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공익신탁 출시를 통해 고객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였으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업계에서는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순수한 기부로 추진돼야 할 청년희망펀드의 취지가 강제화 움직임으로 유도되서는 안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희망펀드와 관련, 과거 군사정권의 관제적 성금모금처럼 변질돼 걱정스럽다고 시각이다.유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년희망펀드 기금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전시 행정이 아니라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선의의 노력이 은행원에 대한 또 하나의 실적 압박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