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폭행·협박·재물손괴 형량만 높인 폭처법 조항 위헌
"형법과 똑같은 구성요건인데 형량 높아 법 적용에 혼란"
2016-09-24 민성아 기자
[매일일보]위험한 물건을 들고 폭행·협박·재물손괴를 하면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에 형량만 더 센 별도 조항을 두고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헌재는 24일 폭처법 3조 1항 일부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위헌으로 사라지게 된 조항은 폭처법 3조 1항 가운데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협박·재물손괴 등을 저지르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는 부분이다.헌재는 "이 조항은 형법 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징역형의 하한을 1년으로 올리고 벌금형을 제외하고 있다"며 "검사가 두 조항 중 어느 조항을 적용해 기소하는지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밝혔다.헌재는 "해당 조항은 법 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 재량에만 맡기고 있어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며 "피의자나 피고인의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 포기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이 조항들은 형법에도 같은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있는데 형량만 더 센 별도의 처벌규정을 둔 것이어서 그간 위헌 논란이 있었다.위험한 물건을 들고 폭행, 재물손괴를 저질렀을 때 적용하는 형법상 특수폭행, 특수손괴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다. 특수협박은 7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1년이상의 유기징역만 선고할 수 있는 폭처법 보다는 법정형이 낮다.헌재 위헌 결정에 따라 폭처법의 해당 조항으로 기소된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징역형을 받아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재심에서 벌금형으로 형량이 낮아진다면 형사보상도 청구할 수 있다.위헌 결정이 난 사건 중에는 김선동 옛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번 폭처법 조항에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도 포함돼 있다.김 전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투척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위헌심판을 제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김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통진당은 헌재 결정으로 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