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해외공짜여행 갔어요."

서울시 일부출입기자 국민 혈세로 외유 논란

2007-03-31     김호준 기자
주요 언론사 서울시 출입기자들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미국 출장 동행 취재에 나서면서 서울시로부터 1인당 400만원 가까이를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장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이시장의 방미 출장에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CBS, 서울경제, SBS, MBN의 서울시 출입기자들 9명이 이 시장을 동행해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동행 취재기자들에게 1인당 공무원여비규정(4-5급 대우)에 따라 약 4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져 공짜 취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짜취재를 갔던 기자들은 13일부터 본격화 된 이시장의 황제테니스 보도에서도 그 행태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명박 시장의 황제테니스 문제가 국내에서 한참 논란이 되고 있었는데 당시 동행 취재기자들은 이 시장의 입장이나 해명 등을 취재해 보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 시장의 ‘홍보맨’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각 단체는 방미 동행 취재의 기사들도 대부분 이시장의 소식전하기가 전부여서 이는 차기 유력 대권 후보가 일부 언론사들과 손을 잡고 언론을 포섭하여 대권행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이 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 출입기자들의 공짜 취재 문제는 끊임없는 논란을 낳았다.

2004년 6월 이 시장이 미국·프랑스를 방문할 때 출입기자 6명은 '공짜 취재'를 다녀왔고, 그 해 10월 기자 6명이 시의 지원으로 이 시장의 중국·러시아 순방을 동행 취재했다.

다음 달에도 11개 언론사 기자들이 시의회 예산으로 일본 도쿄와 치바현을 견학했다.

당시에도 비난 여론이 끊이질 않자 외유성취재를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또다시 유명무실해 졌다.

민언련에 따르면 최근 갖가지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이른바 이명박 시장의 ''황제테니스'' 문제와 관련해 이시장과 동행한 기자들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캐려는 노력은커녕 이시장의 해명조차도 취재하지 않아 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접대성 외유''를 받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논평에서 밝히고 있다.

또, “무엇보다도 이번 ‘공짜 취재'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하게 손꼽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해당 언론사 및 언론인의 ‘권언유착'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며 “잊을 만 하면 심심찮게 불거지는 언론인들의 ‘공짜 취재' 문제를 이제 비판하기조차 입이 아플 지경이며, 나아가 권언유착의 실상을 목도하면서 참담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사 ‘권언유착’의도?
황제 테니스 파문 잘 몰라~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시장의 방미 출장이 보도할 가치가 있다면 각 언론사에서 경비를 부담해야지 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짜 외유를 즐기냐며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밀착되어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오겠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출입기자들은 “미국에 있어 국내 사정을 잘 몰랐다.

그리고 동료 기자들이나 후배들이 관련 기사를 썻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자는 노골적으로 “이시장과 친분을 쌓으려고 미국까지 동행했다.”며 ‘권언유착’의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공짜 취재경비는 ''시정관련 보도 해외출장비''라는 명목의 서울시 예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의회는 2006년도 '시정관련 보도 해외출장비'로 약 1억1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시장이 2002년 취임할 때만 해도 서울시의 해외취재 지원 예산은 8000만원 규모였는데, 임기 말이 되자 3000만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회가 102명의 의원들 중 86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이시장이 집행하려는 예산을 막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해외출장비 문제도 이시장이 취임 하면서부터 무리하게 예산을 늘려 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서울시 언론관계자는 “이번 취재에 기자 당 400만원이 좀 넘게 지원됐다. 지원금은 정부예산 편성 지침에 의거해 우리 시도 시의회의 예산 심의를 받아서 예산을 편성했고 ‘민간인취재활동경비지원’이라는 명목을 정해서 시의회의 심의를 받아서 통과해 지원하게 된 것"이라며 합법적이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다고 밝혔다.

또,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관계자는 “이번 취재경비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 온 관행이다. 이 시장 전에도 고건시장 때도 그랬고 새삼스러울 게 없다.” 고 덧붙이며 왜 지금 와서 난리들인지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서울시는 국민의 세금으로 취재기자들 경비를 제공하는 것은 합법적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취재를 다녀온 각 언론사 기자들도 사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민언련은 “언론인들은 몸에 밴 구시대적 관행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털어내야 한다.

만약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문제를 일으킨 언론인에 대한 퇴출운동까지 불사할 것이다.” 라며 언론인들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이처럼,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이시장과 관련된 사건들로 차기 유력 대권후보인 이 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민언련이 주장하는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을 이시장이 어떻게 뚫고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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