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 '이헌재 사단' 유착설 진실게임
'이헌재 사단' 우리금융 황영기, LG카드 박해춘 등
2007-03-31 홍세기 기자
정치권, 한나라당 '진념,김진표, 이헌재 출국금지' 요구
김씨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거나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 인사들은 한결같이 그와의 관계를 부인하며 김씨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현재 김씨와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의 초점은 김씨가 정부부처경영진단,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매각, 금융, 기업구조조정 자문 등 컨설팅물량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이헌재 전 부총리나 진념 부총리 등 경제계 고위 인사들과의 인맥관계를 활용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혹에 대해 이 전 부총리와 그 측근들, 진 전 부총리 등은 한결같이 김씨와 '특별한 사이'가 아님을 강조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내 경제통이자 '김재록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제계에서 김재록씨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굉장히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으로 평판이 나있고 때문에 학벌 좋은 사람들이 김씨 손아귀에서 놀아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계에서 김씨의 인맥구축 방식은 유명했다.
그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형님', '아우님' 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특히 고위직 인사와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비서진 등 측근과의 관계를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는 것.
즉 측근을 통해 고위 인사의 스케줄을 꿰고, 고급호텔이나 한정식집 등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가장해 접근하는 등의 방식을 쓴 것이다.
일각에 따르면 그의 이런 수완에 금융계 인사들은 "도대체 지인과의 약속장소에 어떻게 알고 왔는지 귀신같을 정도였다" 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수완 덕에 김씨는 금융계는 물론 경제계, 정치계 등에 걸쳐 마당발로 불리며 두터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일례로 지난 해 2월 김씨가 부친상을 치를 당시 이헌재, 진념, 김진표 등 경제계 고위 인사들이 문상을 온 것을 비롯,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도 찾아와 눈길을 끌었다.
김재록 게이트 핵심 '이헌재 사단?'
현재 김재록 게이트와 관련해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름은 이른바 '이헌재 사단'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다.
여기에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총리를 중심으로 우리금융 황영기 회장, 증권업협회장을 지낸 오호수 회장, LG카드 박해춘 사장,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서근우 하나은행 부행장, 이성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 등이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두루 거치며 경제계 실제로 자리잡은 이 전 총리는 김씨와 해외 출장도 동행할 만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이 전 총리는 일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최근 김씨 로비사건과 관련 "언론과 만날 만한 이슈가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씨가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계를 무대로 자신의 기업을 키우면서 활동했던 배경에는 '이헌재 사단'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씨가 이 전 총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8년.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전략기획특보였던 김씨는 이듬해 대통령 인수위 시절 비상경제대책위원에서 이 전 총리와 처음 만났다.
이후 김씨는 각종 기업과 금융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고, 이 과정에서 '이헌재 사단'과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금융그룹 황영기 회장
황 회장 역시 김씨와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한때 한나라당에서 황 회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김씨를 찾아가 '도와 달라' 고 했더니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며 "김씨가 황 회장을 설득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베스투스글로벌이 컨설팅을 맡은 2건의 자금 조달에 모두 참여했다.
서울 중구 명동과 경기 수원시에 대규모 복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S기업에 금융자문을 해 하나은행으로부터 500억 원을 빌릴 수 있게 해 주고, 경기 부천시 T쇼핑몰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직접 325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가하면 인베스투스글로벌은 자회사인 인베스투스파트너스를 통해 우리금융지주가 만든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의 국내 자금 모집책을 맡았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은 우리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자문 계약을 맺은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의 카드산업 조사도 한때 수행했다.
현재 김씨 대출 관련 의혹까지 받고 있는 황 회장은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다소 신중한 모습을 취했다.
그는 대출의혹과 관련 "내가 아는 선에서는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제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사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 김재록 사건과 이헌재 사단의 연루설에 대한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며 짧게 답했다.
▲ LG 카드 박해춘 사장
박 사장은 20조원에 달하는 부실회사인 서울보증보험을 맡아 정상화시킨 공을 내세워 2004년 3월 LG카드 사장에 취임했지만, 이 역시 당시 이 전 부총리의 영향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런데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황 회장보다보 박 사장과 더 자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와 박 사장의 잦은 만남은 현재 M&A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LG카드 매각과 관련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
즉 김씨가 그동안 국내에서 각종 M&A에 직, 간접적으로 개입했던 전적을 봤을 때 박 사장 역시 LG카드 매각을 앞두고 사업관계로 김씨와 접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2004년 말 LG카드 청산 위기 시에 김씨가 채권단과 LG그룹을 통해 이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출자 문제를 놓고 LG그룹과 이견차이를 보인 바 있다.
LG카드는 지난 3월 27일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으며,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음 달 말께 입찰적격 대상을 선정한 뒤 약 2개 월 간 실사를 거쳐 오 는 6월 정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표 부총리 '김씨와 친분, 아들 아더앤더슨 입사'
그런가하면 김씨는 진념 전 재경부총리와도 각별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진 전 부총리가 DJ정부 출범 초 기획예산위원장 시절 본인이 주도했던 정부부처 경영진단작업을 김씨의 아더앤더슨이 맡았고, 부총리 시절에도 아더앤더슨이 여러 구조조정 컨설팅을 따냈던 사실이 있어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진 전 부총리는 "김씨를 알고 가끔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환위기 당시 기업을 살리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특정인의 로비로 이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구체적 혐의도 없이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 전 총리는 또 "가족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김씨 로비 의혹과의 연관성ㅇ을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진 전 부총리는 최근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토론회에서 "영국에 있던 아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데 아들에게 '아버지는 떳떳하다.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더니 아들이 '아버지를 믿는다'고 말했다"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추측으로도 가족이 걱정할 수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가하면 "김재록을 알았다는 것만 가지고 문제 삼으면 안 된다"며 "이헌재 부총리나 나나 외환위기 시절 나라를 위해 밤새도록 일하면서 고생했는데 이런 식으로 대접하면 안 된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전 경제부총리이자 현 교육부총리인 김진표 총리 역시 김씨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특히 김 총리의 자녀들이 김씨 회사에서 근무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총리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1999 1월~2001년 3월) 김씨를 여러 번 만난 것으로 밝혀졌고, 아들은 H공대 졸업 후 아더앤더슨에 입사해 2002년 2월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김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과거 경제부처 국장급 이상이면 모두 그와 일면식이 있을 것"이라며 '특별한 인연'을 부인했다. 또 "김 씨와 나 사이에 어떤 비판받을 일도 없다"고 강하게 못박았다.
그런가하면 재경부 장관 출신으로 현재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인 강봉균 의원 역시 딸이 김씨 회사에서 일한 것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강 의장은 "정부에 있던 2000년 1월까지 김재록이란 인물을 전혀 몰랐다" 며 "합법적인 후원금도 없었고 딸이 잠시 그 회사에 다녔지만 의혹이나 문제는 없다" 고 해명했다.
이어 강 의장은 "나보다는 진념 전 부총리와 더 친하다" 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정치권 '김재록 게이트 연관 인물 출금조치' 요구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씨의 로비의혹 사건에 대해 각 당마다 다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일단 열린우리당에서는 사건이 터진 직후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 외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한구 의원을 단장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재벌의 비자금, 뇌물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그 전모를 공개하라"며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즉시 출국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진상조사단은 또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 이헌재,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강원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김재록 씨와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의 출국금지도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진상조사단까지 김재록 게이트를 '여권 비리' 에 초점을 맞추는 듯 하자 열린우리당은 이번 게이트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을 거론하며 "상처 입는 쪽은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며 "우리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민주노동당은 심상정 수석부대표를 통해 "김재록 사건은 국민의 정부 이후 IMF 압력에 굴복해서 IMF 지휘 하에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 전반의 과정과 연관돼 있다" 면서 "외환위기 이후 기업 매각 과정은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까지 이어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포괄적 과정 조사로 연결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심 부대표는 이어 " 국민의 정부 경제 라인이 참여정부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헌재 전 장관의 경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경제 파트의 수장을 계속 연결해 왔고, 김진표 장관도 당시 재경부 관료로 있다가 경제부총리를 거쳐 현재는 교육부총리를 하고 있으며, 전윤철 감사원장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 주요직을 맡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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