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 경제가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취약성 평가에서 최상위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30일 옥스퍼드대 산하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3개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을 때, 통화가치와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취약성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두번째로 좋은 점수(-10.2)를 받았다.이번 평가 대상은 비(非)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 유출입, 대외 차입여건, 쌍둥이 적자, 국내 여신, 물가상승률, 과거 10년간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17가지다.점수가 낮을수록 취약성이 낮다는 뜻이다.
필리핀이 가장 좋은 점수(-10.7)를 받았고, 한국 다음으로는 태국(-6.5)과 인도(-4.8), 폴란드(-4.1), 중국(-3.4)이 뒤를 이었다.
취약성이 가장 심각한 국가는 터키(12.0)와 러시아(8.7), 남아프리카공화국(7.7), 브라질(5.9) 등의 순이었다.지난 6월 같은 평가에서 한국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중국의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 확산,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이미 신흥국 경제 전망이 약해진 상황에서 지난 8월 초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절하는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냅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취약성 지수를 발표한 이후 신흥국 성장률을 둘러싸고 경계심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는 중국의 수입 수요 부진이 장기간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흥국이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나 태국, 필리핀 등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확장적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하기도 했고 남아공이나 터키, 말레이시아 등은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자국 통화의 추가 하락을 막고자 기준금리를 올려야 했다고 냅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한국은 특히 경상수지 흑자가 크고 재정 적자가 적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들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이기는 하지만 외환보유액에 직결되는 경상수지는 지난 7월까지 41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지속했다.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054억달러, 내년에는 102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한국은행 전망치는 980억달러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8월말 현재 3679억4000만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그러나 한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예상되는 브라질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실제로 국내외 금융기관에서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 중반에도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사실상 선진국 수준으로 커지고 성장 속도도 선진국과 비슷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