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몬 내막

“억울합니다!”

2011-04-05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해상화재보험(이하 현대해상)이 한 피해자를 상대로 사기꾼으로 몰아 경찰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해당 피해자가 제출한 손해사정보고서에 이상한 점이 많아, 이를 경찰에서 다시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냈을 뿐이라며 짐짓 억울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 일각에서는 지출 보험금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상대로 경찰에 진정성을 낸 것은 너무 과한 게 아니냐며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자 김모씨, 손해사정사 통한 정당한 보상 요구에도 불구, 현대해상이 지급하지 않아 민원제기
현대해상,“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
부분 의문스런 점이 있어 진정서 냈다” 해명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날 오후 5시경 전남 영광 묘량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김모씨의 양계장 사무실 콘테이너를 아반테 차량이 들이박고 도주했다. 이에 즉시 김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반테 운전자는 결국 몇미터 가지 못한 채 붙잡히고 말았다. 김씨는 붙잡힌 아반테 운전자가 가입된 보험회사 '현대해상'을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현대해상, 피해자 상대로 경찰 조사 요구 왜?

김씨는 현대해상측에 콘테이너가 파손된 것과 차량이 콘테이너를 들이받으면서 충격으로 인해 그 안에 있는 냉장 보관 중이던 고가의 백신 등의 약품이 대부분 못쓰게 됐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해상측도 사고조사처리팀이 나가 조사를 한 결과 일정부분 피해가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보상처리를 하기로 했다.하지만 김씨는 현대해상측이 제시한 보상금이 자신과 생각한 것과 상이해 결국 지역 손해사정사를 통해 손해사정보고서를 다시 제출했다.그런데 문제는 손해사정보고서를 받은 현대해상은 보고서를 제대로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콘테이너를 새로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둘째치더라도 파손된 약품에 대한 손해사정사가 책정한 피해보상액은 너무나 터무니없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김씨와 현대해상간에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게 됐다. 김씨는 현대해상측에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급기야 금감원등에 민원 제기를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현대해상이 김씨를 상대로 경찰에 진정서를 내는 한편 법원에 중재 신청을 해 사태는 악화일로 치닫게 됐다. 

현대해상, “난감스럽다” 억울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받은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김씨가 요구하는 금액이 처음에는 1천만원이었던 것이 지역 손해사정사를 한번 거친 후로 4천만원으로 뛰어올랐다”며 “회사는 손해사정보고서를 토대로 재조사하기 위해 김씨가 보유한 약품의 수량과 실제거래금액 그리고 파손되고 남은 잔손 수량 등을 파악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김씨는 파손된 약품이 시중에서는 팔리지 않는 고가의 약품이라면서 잔존한 약품 역시 모두 폐기처분해버렸다고 말해 이를 조사하려면 경찰의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보험사의 경우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조사를 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다”며 “김씨를 사기꾼을 고발했다기보다 단순히 조사의 한계성 때문에 경찰을 통해 정밀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대해상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업계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최근 보험사들이 피해 고객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서 빈축을 사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보험사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피해보상금액을 줄이기 위해 압력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현대해상 역시 김씨를 상대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공권력을 이용하여 피해보상금액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시각이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피해보상금액이 많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금액도 적기 때문에, 일부에서 그렇게 바라보는데 난감스럽다”며 “보험사로서는 당연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